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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의료기기 활성화…개발보다 구매 지원책 시급"

발행날짜: 2022-03-10 11:58:02 업데이트: 2022-03-10 12:17:39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철욱 회장
"대학병원 활용률 10% 미만…인센티브제 검토해야"

"정부가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해봐야 정작 써주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이 예산을 차라리 구매 인센티브 등으로 전환해 판로를 여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죠."

의료기기 산업이 4차 산업 혁명과 맞물려 차세대 먹거리로 부각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지원 사업을 마련하고 있다.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를 위한 구매 인센티브제 도입을 촉구했다.

하지만 수조원대 예산 지원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 산업계에서 지원 사업에 대한 한계론을 꺼내놓는 이유다.

그렇다면 실제 의료기기 기업들이 기대하는 실질적인 지원책은 무엇일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철욱 회장은 이같은 질문에 단 한마디로 답변을 갈음했다. '판로 개척'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산 의료기기의 내수 점유율은 40% 미만입니다. 더욱이 상급종합병원, 대학병원을 살펴보면 10%도 되지 않아요. 10개를 개발하면 그 중의 1개만 살아남고 9개는 죽는다는 의미에요. 그러니 아무리 예산을 지원해봐야 깨진 독에 물을 붙는 상황밖에 되지 않는거죠."

그가 의료기기 산업 육성책이 나올때 마다 판로 개척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한다 해도 정작 사용자가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밖에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일단 내수 시장을 빠르게 키울 수 있는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시장 규모가 확보돼야 우리나라 기업들이 딛고 설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쉽게 비교를 해보자면 호주의 경우 인구가 2500만명으로 우리나라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의료기기 내수 시장은 훨씬 더 커요. 인구를 감안할때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만큼 시장이 작은 나라는 찾아보기 쉽지 않거든요. 일단 내수 시장 자체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으니 산업이 클래야 클 수 가 없는 셈이죠."

유철욱 회장이 내수 시장의 성장과 판로 개척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조원대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마련한 지금이 이러한 원천적인 부분들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예산이 실질적으로 내수 시장을 키우는데 쓰이고 있는 지는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유철욱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국내 기업들을 위한 마케팅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중에 있다.

유철욱 회장은 "정부의 지원 사업들 대부분이 현재 국산 의료기기의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하는 실증사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발을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충분한 기술력을 갖춘 지금 필요한 것은 이 제품이 실제로 팔려나가며 시장을 견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개발에 예산을 쏟기 보다는 이미 시장에 나온 충분히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대학병원에 뿌리를 내리고 이러한 사용 경험들이 쌓여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왕 의료기기 산업을 육성하기로 결정하고 예산을 마련했다면 실질적으로 국내 의료기관들이 국산 의료기기를 구매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산 의료기기 구매 인센티브 제도 등을 통해 국산 제품이 교수들을 통해 리얼월드데이터, 즉 실제 사용 경험들을 쌓을 수 있도록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차원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기기 마케팅 등에 대한 전문 교육 제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대기업들에 비해 마케팅 인프라가 상당히 부족한 것이 사실인 만큼 이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인력 양성과 교육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다.

유철욱 회장은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 중 직접 마케팅을 진행하는 곳은 20%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대부분이 대리점 차원에서 알아서 판촉 전략을 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하지만 글로벌 대기업들은 탄탄한 인프라와 메뉴얼을 가지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경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협회 차원에서 국내 기업들이 이에 맞서 체계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