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인의 특성을 감안한 새로운 위암 진단 가이드라인이 나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 박조현 교수팀은 최근 한국인에게 적합한 새로운 위암 병기 분류법을 만들고 16일 이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비롯, 아시아에서는 미국 암 연합 위원회와 국제 암 연맹이 제정한 TNM 병기 분류법에 따라 환자를 진단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10년 개정된 제7판 TNM 분류법은 위암 발생 빈도가 높은 아시아 환자들의 데이터가 포함되지 않아 한국 환자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례로 제7판 TNM 분류법은 N1병기를 1~2개의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N3병기를 전이 7개 이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과거 위 주변 림프절 전이 1~6개를 N1으로, 전이가 16개 이상일 경우 N3으로 분류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아진 기준이다.
우리나라를 포함, 아시아에서는 위암을 치료할 때 주변의 림프절 절제술까지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기준은 큰 혼란을 가져왔다.
N1 병기이던 환자가 갑자기 N2로 분류돼 수술 부위가 커지는 문제점이 나타난 것이다.
현재 위암 환자가 적은 서양에서는 수술 후 합병증을 우려해 광범위하게 림프절을 절제하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차이로 TNM 병기분류의 무용론이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박 교수팀은 지난 1989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성모병원에서 위암수술을 받은 4793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후 이를 활용해 제7판의 위벽 침윤도(T병기)와 제6판의 림프절 전이(N병기)를 조합, 아시아 환자들에게 맞는 새로운 hybrid TNM 병기분류를 만들었다.
실제로 hybrid TNM로 아시아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T병기, N병기 및 전체 병기의 생존율이 개정된 국제 기준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박조현 교수는 "최근 개정된 TNM 병기분류 시스템은 서양 환자들의 위암 치료 성적을 토대로 마련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인의 특성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결과는 그러한 차이점을 감안해 아시아 환자들에게 맞는 분류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 분류법이 향후 국제 위암 치료의 새로운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그 학문적 의미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권위지인 'Cancer'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