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료시장에 진출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의사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최근 국내 개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의사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A원장(비뇨기과)은 지난 4월 중순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베트남에 진출한 의료기관의 봉직의 채용 공고를 접했다.
마침 국내 의료시장에 회의를 느꼈던 A원장은 베트남 행을 택했다. 그를 채용했던 S클리닉은 월 급여 8000달러(한화 약 800만원)와 수영장, 테니스장이 딸린 고급 아파트를 숙소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의 생각과 크게 달랐다. S클리닉은 베트남 정부에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
A원장은 진료 시작 열흘 만에 사표를 내고 한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행히 베트남 정부에 적발되지 않아 실형을 면했다.
베트남 의료법에 따르면 개설신고를 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진료하다가 적발되면 2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만약 A원장이 진료를 계속 했더라면 영문도 모른 채 베트남에서 징역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던 셈이다.
A원장은 "병원 얘기만 믿고 베트남에 갔는데 의료기관 허가도 받지 않았다니 당황스럽다"면서 "제2, 제3의 피해자가 없었으면 하는 심경에서 제보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S클리닉은 A원장이 퇴사한 직후 또 다시 구인구직 사이트에 의사 채용 공고를 냈다. 제2의 피해자가 예상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베트남 현지에서 성업 중인 국내 의료기관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이병열 원장은 현재 베트남에서 성형외과를 개원, 5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 베트남 현지 의료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면서 "시장 질서를 흐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또한 이 원장은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경각심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해외 의료기관에 취업할 때는 절차가 까다롭고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면서 "해외 취업을 결정하기에 앞서 각 국가의 한국대사관을 통해 현지 의료기관 현황을 파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원장은 "해외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해당 의료기관의 설립 허가서를 요구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A원장은 "귀찮더라도 병원 설립 허가서를 분명히 확인하고, 현지에서 진료할 수 있는 의사면허인 지 알아본 뒤 결정해야 한다"면서 "제출 서류를 간소화하는 의료기관은 한번쯤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