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전공의 10명 중 9명이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면 분만을 포기하겠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산부인과 레지던트 4년차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안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매우 높았다. 그만큼 분만과 관련한 의료분쟁이 빈번하고, 비용을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74%는 분만 관련 의료분쟁이 너무 잦은 것이 부담이라고 답변했고, 57%는 낮은 산부인과 수가로 인해 분만실 유지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모대학병원 교수가 소셜네트워크에 올린 '의사들을 위한 의학상식' 퀴즈가 화제다.
일례로 '강아지 치료비가 사람의 진료수가보다 비싼 것은?' 이라는 문제를 내면서 ①주사료 ②혈액검사비 ③심전도 ④분만비 등을 보기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이 문제의 정답이 'all of above'라고 소개했다. 건강보험 수가가 턱없이 낮다는 것을 꼬집자 많은 의사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대표적인 저수가 항목이 산부인과다. 분만 수가는 낮은데 의료분쟁은 잦다. 여기에다 무과실이 입증되더라도 50%의 책임을 분만의사가 지도록 하면서 산부인과의 점점 더 악화되는 분위기다.
산부인과학회, 산부인과의사회, 분만병원협회 등 3개 단체는 얼마전 공동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하위법령안을 수정하지 않는 한 조정중재원 구성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이들 단체는 "전국 분만병원은 물론 전체 산부인과 의사들은 모두 조정제도를 거부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의료분쟁조정법 제정은 의료계의 숙원사업이었다. 시행일인 4월 8일까지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으로 전공의들의 산부인과 기피가 더욱 심화되고, 분만실 폐쇄가 잇따른다면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볼 게 자명하다. 정부는 예산타령만 할 게 아니라 의사들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