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복지부로부터 업무정지 60일 처분을 받은 A원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억울한 마음에 당장 항소했지만 집행정지 심리가 늦어지면서 본안소송 도중 복지부 처분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A원장은 "업무정지 처분을 막으려고 소송을 제기했는데 의미가 없어졌다. 가슴이 답답해서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법원의 집행정지 심리가 지연되면서 병의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자 불만이 들끓고 있다.
특히 30~60일 정도의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의료기관은 집행정지 결정이 늦어지면서 2심에서 승소해도 실익이 없어 중도에 소송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와 유사한 사례에 처한 병의원들은 "고등법원 집행정지 심리가 1심 때와 달리 너무 지연됐다"고 입을 모았다.
|사례2|지방의 정신병원인 B병원은 A병원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B병원은 얼마 전 복지부 현지조사에서 병원 소속 의사를 수탁 의료기관에서 진료하도록 한 후 진료비를 청구하다 적발돼 업무정지 60일 처분을 받았다.
B병원은 수탁병원과 시설, 인력, 장비 등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사실상 하나의 병원으로 운영하고 있었고, 지난 97년부터 이런 방식으로 청구해 왔는데 갑자기 처분을 내리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에서 패소해 2심을 제기했지만 '고등법원'이라는 장벽에 부딪쳤다.
B병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본안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복지부의 행정처분을 정지시키는 게 중요했지만, 법원은 B병원이 제출한 업무정지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심리하는데 약 한 달을 허비했다.
집행정지 결정이 지연되자 B병원은 어쩔 수 없이 업무정지처분을 이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러자 B병원은 입원환자 200여명 중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10명을 제외하고 모두 퇴원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 보호자들과 마찰이 발생했고, 병원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B병원 관계자는 "만약 2심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이미 입원환자를 다 내보내고, 병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 "너무 가혹하고, 깊은 우울감과 행정에 대한 불신을 떨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현 법원의 집행정지 심리제도는 병의원이 항소심에서 승소하더라도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는 구조"라면서 "소송 중에는 급여청구만 중단하고 진료를 유지하도록 해도 충분히 처벌이 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이어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의료기관이 1심에서 패소하고 2심 본안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해도 심리기간이 길게는 60일이 소요되는 사례가 왕왕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복지부 측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요양기관이 진료 중단 뿐만 아니라 입원환자를 그대로 둘 경우 법 위반"이라면서 "B병원의 경우 보호자와 연락이 안된다는 이유로 입원상태를 유지하는 것 또한 엄밀히 말하면 위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양급여환자 이외에 자동차보험 및 비급여 환자는 진료할 수 있지만 자칫 요양급여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기관은 수시로 재확인조사를 하기 때문에 적발되면 가중처분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