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9일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신체구속 폐지 한국 선언'을 했다.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치매환자 등이 위해를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침대에 손과 발을 묶어두는 관행을 의료기관 스스로 근절해 나가자고 결의한 매우 뜻깊은 행사였다.
'신체구속 폐지 한국 선언'은 당시 노인요양병원협회 회장이던 희연의료재단 희연병원 김덕진 이사장이 주도했다.
희연병원에서 시작된 신체구속 폐지 한국 선언은 환자 인권과 인간 존엄성을 환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인들에게 기저귀를 채우지 않는 이른바 탈기저귀 운동, 치위생사가 상근하며 구강케어를 하는 병원.
희연병원을 국내 대표 요양병원 가운데 하나로 꼽는 이유다.
"한국 만성기의료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 김덕진 이사장이 늘상 강조하는 말이다.
이런 희연병원이 또 다시 파격을 선보였다.
최근 희연병원은 초대형 재활전용병동을 개설했다. 희연병원이 들어선 건물 6층 1600평 전체를 초대형 재활전용병동으로 만들었다.
재활전용병동에 들어서면 일단 재활치료실 규모에 압도된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재활치료실이 축구장만 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보행훈련코스. 창가를 따라 실내를 한바퀴 돌 수 있는 구조다. 그것도 폭이 3.5m, 총 길이가 240m에 달한다.
환자들이 창 밖으로 창원 시내를 바라보며 보행훈련 겸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처럼 넓은 공간에 보행훈련코스를 만들다보니 전체 병상은 104개에 불과하다.
보행훈련코스를 배치하지 않았다면 족히 200병상을 채울 수 있어 보였다.
희연병원은 왜 이런 보행훈련코스를 만들었을까?
김덕진 이사장은 "희연병원의 지향점은 환자들이 정든 가정으로 조기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창가 넓은 공간을 병실 대신 보행훈련코스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물론 재활전문병동 설계 당시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적정 수가가 보장되지 않는 의료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런 식으로 보행훈련코스를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김 이사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어차피 요양병원은 환자들을 위한 공간"이라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재활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목적에 부합하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나도 달리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는 환경. 김 이사장이 일본 100여개 요양병원을 견학하며 또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재활병동이 들어서자 환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는 게 희연병원의 설명이다.
희연병원은 환자들을 가정으로 조기 복귀시키기 위해 독특한 평가, 재활치료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희연병원은 환자가 입원하면 몇 안에 재활치료를 끝내고 가정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지 목표를 설정한다.
그러면 이를 평가해 인사고가에 반영하고 있다.
사실 급성기병원의 경우 병상회전율이 높을수록 경영에 유리하지만 요양병원은 만성기 환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조기 퇴원 자체가 쉽지 않고 수가상 유인책도 없다.
김 이사장은 "수입보다 삶의 질적 측면에서 환자들을 가정으로 조기 복귀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 재활치료에 대한 인식이 정착되면서 팀 어프로치도 정착되고 있다.
팀 어프로치란 전문의,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치위생사 등이 팀을 이뤄 매일 환자 정보를 공유하며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김덕진 이사장은 "환자들에게 장애가 있더라도 보편적인 삶을 지지하고, 배려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면서 "경영보다 인간 존엄성을 추구하다보면 언젠가 좋은 요양병원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단언했다.
희연병원 재활전용병동 개설 기념 초청강좌를 하기 위해 방한한 일본 고쿠라리하빌리테이션 하마무라(재활 전문의) 원장 역시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수십년 전부터 유럽 지역 요양병원을 많이 둘러봤지만 희연병원 재활전용병동은 그 어떤 병원보다 멋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