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이 다른 진료과에 조속히 협진 의뢰를 하지 않았다면 병원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최근 C대학병원에 대해 서 모씨 등에게 7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씨의 어머니 이모 씨는 과거 당뇨, B형 간염 진단, 십이지장 천공으로 수술 받은 기왕력이 있고, 2009년 6월 허리 통증으로 C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이에 대해 C대학병원은 복막염 응급수술이 필요했지만 수술방이 없어 B병원으로 전원조치했고, B병원에서 수술한 이후 간성 혼수, 급성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증상을 보이자 다시 C대학병원으로 전원됐다.
이후 환자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시력 및 청력 장애를 호소하기 시작했고, 의료진은 간성혼수로 인한 증상을 의심해 신경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에 협진을 의뢰했다.
정밀 검사 결과 환자는 우안 과숙백내장, 좌안 백내장, 당뇨망막병증의 진단을 받았고, 이비인후과는 돌발성 난청의증으로 진단해 스테로이드 치료를 했지만 우안 실명, 좌측 귀 청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C대학병원은 우안 유리체절제술, 수정체 제거술 등의 수술을 했지만 환자는 양안 내인성 안내염, 우안 무수정체안, 좌안 인공수정체안, 양안시력 저하 상태가 됐고, 좌측 귀 청력 상실, 이명 증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자 원고 측은 "C대학병원이 수술장이 없다며 별다른 처치 없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해 적절한 수술시점을 놓쳤고, 다시 C대학병원으로 전원해 온 후 시력 및 청력 장애를 호소했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복막염 진단 및 치료, 전원조치 지연에 대한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환자가 B병원에서 수술받고 의식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비문증과 시력저하, 청력장애 증상을 호소했지만 C대학병원 의료진은 간성혼수만을 의심했고, 3일이 지난 뒤에야 안과, 이비인후과 협진을 의뢰한 과실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내인성 안내염의 경우 발생빈도가 매우 드문 질환이고, 적절한 치료를 하더라도 충분한 시력 회복이 어려운 난치성 질환인 점, 시력 및 청력 저하가 환자의 기왕증에서 상당부분 기여한 점 등을 들어 병원의 책임비율을 2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