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는 원외처방이라 하더라도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처방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1부 (재판장 박병대)은 28일 서울대병원과 건강보험공단간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공단은 서울대병원이 2001년 6월부터 2007년 5월까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원외처방전을 발급해 약 40억원의 손해를 발생시켰다며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서울대병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2009년 40억원에 달하는 수만건의 원외처방 중 5건의 경우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는 만큼 해당 진료비 18만원에 대해서는 공단이 서울대병원에 돌려주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다.
대법원은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처방은 어느 경우이든 요양급여 대상에 포함될 수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은 이를 요양급여 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해선 안된다"고 못 박았다.
이어 대법원은 "그럼에도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처방을 요양급여 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했다면 그 처방이 비록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공단에 손해를 발생시킨 행위"라고 환기시켰다.
서울고법은 서울대병원 의사들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원외처방 중 5건에 대해서는 최선의 진료를 다하기 위해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했고, 구체적인 사정을 증명했다며 손해액에서 제외시킨 바 있다.
이와 달리 대법원은 "비록 5건의 원외처방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다하기 위한 적정한 의료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나 요양급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원심(서울고법)은 서울대병원 의사들이 이를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행위를 위법으로 봐야 함에도 이를 달리 판단했다"고 밝혔다.
결국 요양급여 대상이 될 수 없는 원외처방을 요양급여대상으로 취급해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의 위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011년 6월 여의도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건과 관련해 의학적 불가피성, 의학적 필요성, 환자 동의 등 3대 조건이 성립하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임의비급여했다 하더라도 과다청구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지만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원외처방은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인정 3대 조건이 제시되기 이전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의료기관이 원외처방으로 받을 수 있는 요양급여비용은 처방전 상당의 외래관리료에 그치고, 원외처방으로 직접적으로 취한 경제적 이익은 없어 보인다"면서 "이 사건 원외처방전으로 공단에게 발생한 손해를 모두 서울대병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주문했다.
서울고법이 원외처방으로 인한 손해를 약국에 지급한 공단 부담분의 요양급여비용 외에 환자가 약국에 지급한 본인부담금까지 포함시켰고, 서울대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감경할 사유에 대한 심리, 판단을 누락한 채 손해액 전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원외처방약제비 소송과 관련해 처음으로 나온 것이어서 다른 의료기관 소송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판부가 의학적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