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산부인과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비춰 주목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은 정부가 산부인과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28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저출산 시대의 안전한 분만환경 조성방안 토론회에서 복지부와 산부인과 의사들은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암 교수는 "저출산과 고위험 임신부는 계속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 분만 인프라 회복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미 전공의 지원이 계속해서 줄고 있으며 특히 남자 의사가 감소하면서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 전공을 선택하고 분만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충분한 수가를 인정하고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국가가 전액 보상하는 방법으로 최소한의 자긍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패널들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무너지는 산부인과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는 "분만의사는 응급상황과 고위험 구조 속에서 일하는 소방수와 비슷하다"며 "만약 불가항력적으로 불을 끄지 못한 소방관에게 피해액의 30%를 책임지게 한다면 과연 누가 소방수를 계속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의학적으로 불가항력적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만 묻는 것은 산부인과 의사들을 분만의 현장에서 내모는 행위"라며 "또한 이러한 불가항력적 질병을 연구하게될 훌륭한 의학도를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같은 비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랜기간 의견을 나누며 마련한 제도를 이제 와서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곽순한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는 이미 수년전부터 의료계와 논의해왔던 사안"이라며 "의료계의 요구로 법안을 만들었는데 이제 와서 의료계가 이를 반대하며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적반하장 아니냐"고 맞받았다.
이에 따라 그는 의료계가 계속해서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를 반대할 경우 이를 폐지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곽 과장은 "보상 비율을 협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책임 문제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며 "계속해서 의료계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무책임을 인정해 달라고 한다면 차라리 국가가 환자에게 직접 보상하고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못 박았다.
복지부가 이러한 강경한 입장을 내놓자 의료계는 정부가 책임을 회피한 채 엄포를 놓고 있다며 비난을 이어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동욱 이사는 "합리적으로 제도를 개선하자는 자리에서 복지부 과장이 제도를 없애겠다는 발언할 수가 있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토론자로 나선 유화진 변호사도 "제도 폐지를 언급한 것 자체가 복지부의 의무와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