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역사의 의협 공제회를 사단법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의협과 복지부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제회가 자칫 청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3일 기자브리핑에서 "최근 복지부에 의사공제조합의 정관 승인을 요청했지만 유선상으로 승인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7일까지 의사공제조합을 법인화하지 않으면 법적 근거가 사라져 청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의협 산하 의사공제회는 의사들이 의료분쟁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1981년 설립됐다.
그러나 2010년 1월 의료법상 공제사업 규정이 삭제되고,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에 관련 규정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4월 7일까지 기존 공제회를 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제45조에 따르면 보건의료인단체는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배상공제조합을 보건복지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설립 운영할 수 있으며 공제조합은 법인으로 한다.
이에 따라 의협은 의사공제조합 법인화를 위한 정관안을 마련해 복지부에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송형곤 대변인은 "복지부는 공제회에 남아있는 잉여금(약 50억원)을 의사협회에 귀속시키지 말고 고스란히 법인으로 넘기라고 하는데 이는 도저히 동의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그는 "잉여금은 의협이 공제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입"이라면서 "이 돈을 협회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하겠다는 게 아니라 의학 발전과 국민 건강을 위한 공익사업에 활용하겠다는데 복지부가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쟁점은 공제조합을 의협 산하로 둘 것인지 여부다.
의협은 공제조합 정관에 의협 산하 기관이라는 점을 명시했지만 복지부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에 따라 독립 법인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송 대변인은 "복지부가 정관을 승인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계속한다면 공제회 청산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못 박았다.
복지부도 쉽게 물러서진 않을 태세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인 설립을 위해서는 설립 목적과 운영방법, 회계 운영 등 12개 항목이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모두 부실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법인 설립을 허가해 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조만간 의협 공제회에 이같은 답변을 공문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복지부는 "공제회가 법인이 되면 의협과 별개의 독립기관이 되는데 어떻게 예산을 상호 사용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공제회 잉여금을 의협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4월 7일 마감은 의료법상 상징적 의미"라면서 "그 이후에도 별도 법인으로 신청하면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