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의 일부 한방의료행위를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끊임 없이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를 하라는 의사들의 당연한 사회적인 요구에 대해 한의계가 마치 의사들이 밥그릇싸움을 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 의협은 단국대가 '넥시아글로벌의료센터' 건립을 추진하자 이런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넥시아는 경희대병원 통합암센터장을 역임한 바 있는 최원철 교수가 개발한 한방암치료제다.
최 교수는 이 약이 말기암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수차례 발표한 바 있다. 이미 검증된 넥시아 치료법에 대해 의협이 의료센터 건립을 방해하는 것은 밥그릇챙기기라는 게 한의협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 교수는 여러 차례 넥시아의 치료성적을 발표한 바 있지만 모두 후향적인 추적조사를 한 것일 뿐 전향적인 방법을 취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공인된 검증의 틀 안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협이 의학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넥시아를 이용한 한방 의료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의료전문가단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소임이다. 무작정 한의사들을 끼고 돌려는 한의협의 태도가 시대착오적이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가 보약이나 침이 파킨슨병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안내한 것 역시 당연한 조치다.
학회는 "침 치료가 파킨슨병의 증상을 호전시킨다는 주장이 있지만 2008년 연구자들이 침술 연구 결과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연구의 설계와 시행에 제한점이 있어 과학적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환기시켰다.
과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있다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안내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한의협은 "환자 안내서를 만들 때 한의사의 감수를 받은 적이 있냐"면서 "어떤 이유에서 보약과 침이 파킨슨병 치료에 방해가 되는지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한의협은 "해당 내용 역시 개인의 의견인지 학회 전체의 의견인지도 궁금하다"면서 "이에 대한 답변이 없거나 답변 내용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의협은 한의사의 감수를 운운할 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의학적인 연구 데이터를 내놓으면 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한의협의 자정 의지다. 의협이든 한의협이든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치료법을 마치 대단한 특효약인 것처럼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게 의사와 환자가 살 길이다. 한의협이 제식구 감싸기에 나서려다 공멸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