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버퍼링 걸린 컴퓨터처럼 같은 답변만 반복했다.
자리에 있던 기자들은 황당했고 발표자는 왜 구체적인 방안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23분의 짧은 브리핑은 끝이 났다.
19일 복지부에서 열린 '제1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 발표 현장이었다.
"도대체 바뀐 내용이 뭐야?"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복지부가 내놓은 제약산업 육성안은 기존 수차례 발표됐던 내용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R&D 확대를 통한 개방형 혁신 ▲제약-금융 결합 ▲우수 전문인력 양성 ▲전략적 수출지원 ▲선진화된 인프라 구축 등 5대 핵심과제를 내놓기는 했으나 '뭘 어떻게 구체적으로 하겠다'는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다.
당연히 '그래서 OO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하실 겁니까'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원론적인 대답 뿐이었다.
"약가제도라는 것이 복합성이 존재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기 힘들다."
"건강보험 쪽에 와서 제도에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는데…복지부 차원에서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브리핑은 제약산업 육성안 종합계획이 이런 흐름으로 가겠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종합계획이라는 것이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아서…"
실제 브리핑 현장에서 박인석 보건산업정책국장이 답변한 내용들이다.
어느 질문 하나 명쾌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박기수 부대변인 태도 역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몇 번이나 '질문 없으면 끝내겠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마치 브리핑은 의례적인 것이니 대충 하고 넘어가자는 식의 태도였다.
부대변인 의도가 통했는지 브리핑은 23분만에 신속히 끝났다. 엠바고를 꼭 지켜야한다는 당부와 함께.
이쯤 되니 제약업계의 비난은 당연했다.
'제약산업 지원책이 미약하다'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복지부가 '알맹이도 없는 브리핑'을 자처해 눈 가리고 아웅식의 연례행사를 펼쳤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번 제약산업 육성안이 전에 나온 내용을 'Ctrl+V(컴퓨터에서 글 복사시 사용하는 단축키) 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약가인하 등 정책을 추진할 때는 그렇게 과감하고 구체적으로 하더니 제약산업 육성안은 질질 끌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공수표만 날렸다"고 평가절하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혁신형 제약사를 뽑아 놓고 이들에 대한 지원책 조차 담지 않은 제약산업 5개년 종합계획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복지부는 5개년 제약산업 육성안 방안으로 제약 R&D 규모 투자 규모 2배 확대 등을 발표했다.
5년간 신약 20개 개발이 목표이며 민관 합동으로 총 10조원(누계)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지 등의 구체적인 방안은 어디에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