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의료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한병원협회는 24일 중앙대병원 동교홀에서 '암 보장성 강화,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글로벌 의료정책 포럼을 열고 임상현장의 의료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발제자들은
암 보장성 강화정책의 재정적 한계를 지적하며 보다 많은 환자들이 보장성 강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암 환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본인부담 차등제와 함께 고가 항암제 개발 이후 임상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정부와 제약사가 위험을 분담하는 리스크쉐어링을 제안했다.
그는 "암 환자의 본인부담을 일괄적으로 5%로 정하면 좋겠지만 재정적 한계를 고려해 환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본인부담을 차등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약사들이 항암제 임상2상, 3상 과정에서 정부가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면 그만큼 금전적인 부담이 줄어들어 임상과정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결국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에 나선 병원협회 장호근 보험이사는 "보장성을 높이는 것은 좋지만 재원조달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일단 필수적인 부분부터 선별적으로 급여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암 환자의 로봇수술에 대해 급여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이어 환자 본인부담률을 높이더라도 더 많은 환자에게 혜택주는 방안도 검토해볼만 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뇨기과학회 이영구 보험이사는 "전립선암, 신장암, 방광암, 대장암 등은 이미 안전성, 유효성이 검증된 것으로 당장 급여화해도 무방하다"면서 "현재 5%인 본인부담을 20~30%까지 맞춘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대병원 김선한 교수는 "지금까지 로봇수술은 세계적으로 한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최근 루머 수준에 가까운 안전성 및 고비용 논란으로 주춤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급여화를 거듭 촉구했다.
일산병원 권국환 교수(내시경복강경학회 보험이사)는
선별급여가 적절하다고 봤다.
그는 "안전성, 효용성이 입증된 질환에 대해 필수급여로 하는 게 합당하지만 의료환경 등 여러 여건상 선별급여로 하는 게 적절하다"면서 일부 안전성,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로봇수술에 대해서도 비급여로 남겨둘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토론에 참석한 복지부 맹호영 보험약제과장은 방영주 교수가 언급한 리스크쉐어링 즉,
위험분담제도를 검토 중이며 이르면 올 연말부터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약사와 공단, 환자가 서로 비용을 분담하는 시스템 도입을 논의 중이며 조만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환자 소득에 따라 본인부담을 차등적용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복지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