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진료부 산하 부서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병원 경영이나 정책 결정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간호 부서가 원내 파워 그룹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선 의사보다 2~3배 많은 인력이 근무하는데다 과거 모호했던 간호 영역의 테두리가 굳어지면서 독립 부서로서 의견을 개진하는 시대가 열린 것.
이같은 변화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간호 부서의 격상이다. 과거 진료부 아래 간호과로 머물렀던 것에서 탈피, 이제는 간호부 등 독립적인 부서로 탈바꿈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간호협회가 전국 149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병원별 간호부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진료부와 같은 독립 부서의 의미인 '간호부'를 운영중인 곳은 46.2%(690곳)에 달했다.
10년 전인 지난 2002년 23.3%, 5년 전인 2007년 31.1%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간호과를 유지중인 병원을 계속해서 급감하는 추세다. 불과 10년전인 2002년 72.6%의 병원이 간호과를 운영했지만 지금 간호과를 사용하는 병원은 중소병원 일부에 불과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과거 간호 부서는 진료부장 아래에 있는 부서로 여겨져왔다"며 "당연히 간호사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독립 부서를 뜻하는 간호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간호 부서의 위상이 그만큼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이로 인해 간호부서 책임자의 직급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최고 간호과장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이사장, 원장까지 치고 올라간 것.
간호부 이상의 부서를 운영중인 690곳을 대상으로 간호 책임자의 직급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이미 부장 이상의 명패를 달고 있었다.
김포우리병원과 대아의료재단 한도병원 등 간호사가 '원장' 직급으로 활동중인 병원도 2곳이나 있었고 간호 부원장 타이틀도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9곳에 달했다.
또한 간호이사도 15명이나 됐으며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12개 병원은 간호 본부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동산의료원 등은 간호처장이라는 명칭을, 강남세브란스병원, 을지병원 등은 간호국장으로 책임자의 직급이 정해졌다.
즉, 과거 진료부장, 진료부원장을 거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던 환경에서 이제는 원작 직속으로 독립적인 주장을 할 수 있는 위치로 격상했다는 뜻이다.
간협 관계자는 "이제는 많은 병원에서 간호 책임자가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위원회 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며 "병원의 경영과 정책 결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간호 부서의 위상이 격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간호 부서가 책임과 권한, 자율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같은 변화가 의미있는 것"이라며 "간호 업무가 보조 업무가 아닌 독립 부서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