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10일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의협의 대응이 미숙할 뿐만 아니라 내분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적전분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휴진에 들어가는 일선 개원의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4일 "의협으로부터 반상회 지침이 내려와야 지역별로 모임을 열텐데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한 상태"라면서 "의협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3일 투쟁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5, 6일 중 전국 개원의 반상회를 열고, 3일부터 23일까지 각 병원별 전공의 총회 및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면서 "같은 기간 시군구 단위별 비상총회도 함께 개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의협은 반상회 지침조차 지역의사회에 통보하지 않은 상태다.
또 노환규 회장은 10일 하루 총파업에 대해 일부 회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투쟁계획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대응해 혼선만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노 회장은 3일 투쟁 로드맵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제가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5만명의 회원들이 투쟁을 결정했다면 의협 투쟁위원회는 최선의 투쟁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회원들이 원하는 투쟁계획인지 먼저 물어봤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조급한 마음에 총파업 계획을 너무 서둘러 마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면서 "오늘부터 무엇이 회원들이 원하는 투쟁계획인지 설문을 시작한다. 문자 받으시면 즉각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10일 하루 파업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판에 일부 회원들이 반발한다고 해서 여론에 따라 투쟁계획을 바꿀 수도 있다는 식으로 대응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다 노환규 회장과 시도의사회간 불화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일부 시도의 경우 파업을 독려하지 않거나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서울시의사회는 아직 시군구별 반상회조차 열지 않은 상태다.
특히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과 노환규 회장이 의정 협의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데 이어 진실게임으로 치닫자 상당수 서울시 구의사회 회장들은 파업을 독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의사회 역시 4일 임시 상임이사회를 열었지만 5, 6일 반상회와 7일 시군구의사회장 회의에서 여론을 수렴한 후 파업 독려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경기도의사회 관계자는 "개원의들이 생업을 중단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면서 "어떻게 하는 게 회원들을 보호하는 것인지 좀 더 심사숙고해 결론을 낼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