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경색으로 인한 중복마비 증상이 생겨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A병원에 입원한 박 모 씨. 다리를 구부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관절이 심하게 강직된 상태였다.
허리를 다리쪽으로 숙이게 하는 재활치료를 받던 중 고관절 부위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 환자가 스스로 숙이지 못하기 때문에 물리치료사가 눌러주던 과정에서 부러진 것이다.
MRI 촬영 결과 '좌측 대퇴골 전자하 골절'이었다. 박 씨는 관혈적 정복술 및 내고정술을 받았다.
그는 A병원 측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문을 두드렸다.
조정중재원은 "A병원이 뇌병변으로 오랫동안 거동이 불편했던 사지마비 환자의 재활치료 시에는 임상적으로 근력저하를 동반한 골다공증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가능성을 고려했어야 한다"며 "세심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골절이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정절차를 통해 병원 측은 환자에게 손해배상금 600만원을 지급했고, 박 씨는 형사고소를 취하했다.
박 씨처럼 의료분쟁 조정 절차를 통해 의료기관과 합의하고, 형사고소까지 취하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중재원 관계자는 "의료분쟁 조정 신청과 형사고소가 함께 이뤄지는 게 흔한 사례는 아니다"라며 "지난해부터 이 같은 사례가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는 수치화해보려고 한다"고 9일 밝혔다.
조정중재원은 또 오른쪽 눈에 외상을 입은 당뇨병 환자 장 모 씨가 통증 완화를 위해 녹내장 임플란트 삽입술을 받은 후 실명한 사례를 소개했다.
장 씨는 실명의 충격으로 병원을 형사 고소 했지만 조정중재원은 "장 씨의 실명은 수술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닌 당뇨병으로 인해 시신경이 손상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장 씨는 조정중재원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에 조정중재원 조정부가 병원 내원 당시 환자 상태, 환자가 받은 의료행위 등에 잘못이 없다는 내용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결국 상세한 실명 경위가 쓰인 진료소견서를 발급하는 조건으로 장 씨와 병원은 형사고소 취하를 합의했다.
조정중재원 관계자는 "의료인으로서는 형사 고소 자체가 상당히 부담되는 과정"이라며 "사람이 살아가는 관계에서 오해와 과실을 명확히 알 수 있는 과정을 거치면 형사 문제까지도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는 의료사고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통해 의료사고 충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고 의료인은 고소로 인한 시간 손실 및 심리적 부담에서 벗어나 일상적 진료활동에 복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