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료진이 거대아가 출산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잘못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뇌성마비 거대아를 출산한 문모씨가 모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문씨는 지난 2001년 6월부터 이 병원에 내원하면서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 등을 받은 결과 이상소견이 없었고, 같은 해 12월 정상만삭 질식자연분만을 했다.
그런데 신생아는 출생당시 체중이 5.05kg에 신장 60cm, 두위 38cm, 흉위 39cm의 거대아였고, 태아가사와 태변흡입증으로 분만 직후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그후 뇌성마비 판정을 받아 뇌병변장애 2급인 상태다.
이에 대해 원고측은 “피고들은 거대아가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산전검사를 소홀히 했고, 적절한 산전진단을 하지 않아 양수에 태변이 진하게 착색돼 있어 태변흡입, 태아가사가 의심되는데도 제왕절개 시술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태변흡입증후군이 발생한 태아에 대해 무리하게 질식분만을 시도하는 바람에 난산으로 인한 가사상태에 이르게 하고도 처치를 소홀해 한 결과 뇌성마비를 초래했다며 병원과 담당의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피고측은 산전진단에서 거대아일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한 점은 있지만 초음파를 통한 태아계측에는 한계가 있고, 골반계측이나 자궁저부 측정 등을 통해 태아의 크기를 예측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맞섰다.
이와 함께 분만중 저산소증이 발생하는 경우 한쪽 뇌에만 영향을 줄 수 없으므로 신생아의 편측 뇌성마비가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게 아니라는 반론을 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산전 진찰을 계속 담당해 온 의사는 최초 초음파검사를 통해 태아가 거대아일 가능성을 이미 예견할 수 있었고, 적어도 2차 초음파에서는 태아거대의증 및 양수과다로 진단했다”면서 “담당의사는 태아거대증의 정도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마지막 초음파검사 시행일 이후 산전 진찰시에도 추가로 초음파검사를 시행하는 등 가능한 모든 의학적 방법을 동원해 태아의 거대 정도와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이 과실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으로 태아에게 뇌성마비의 후유장애가 발생했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태아가 분만 도중 위험 상황에 빠지게 되자 신속한 분만을 유도하기 위해 산모의 복부를 무리하게 압박하고 피토신을 투여함으로써 뇌성마비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초음파검사 등으로 산전에 완벽하게 거대아임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 뇌성마비가 원인 불명인 사례가 많아 다른 원인이 개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참작해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