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산율이 3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선데다 쌍춘년 '결혼붐'에 이어 올해 '출산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적인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신생아들을 받아줄 산부인과들은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폐업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전국 산부인과 의원수는 1782개소로, 1년 전인 2005년 상반기에 비해 무려 80곳(4.5%)이나 감소했다. 한달에 7곳 꼴로 문을 닫은셈.
이에 따라 산부인과가 단 한 곳도 없는 시군구 지역도 늘어나 지난해말 48개소였던 '산부인과 공백' 지역이 3월말 현재 50개소로 늘어났다.
산과가 없는 시군구는 △전남 곡성군, 구례군 △전북 무주군, 임실군 △경북 고령군, 영덕군 △강원 고성군, 화천군 등 대부분 농어촌 지역들이다.
"저출산 정책, 생색내기 식....개원의를 위한 대책은 없다"
산부인과 의원이 이 같이 급격히 줄어든데는 저출산, 낮은 수가,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폐업을 선택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정책들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개원의들의 체감경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서울 A산부인과 원장은 "출산보조금 지급, 영유아 보육환경 개선, 불임부부 시험관 시술비 지원 등 무수한 정책들이 쏟아져나왔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들은 전무하다"면서 "수년간 '저수가 고위험'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제왕절개 분만율 공개 등 각종 제도들도 산부인과 의원들에 적잖은 부담을 지우고 있다. 제도적 기반은 미비한 상태서 의원들의 진료행태만을 문제삼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의료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 자연분만을 유도하던 모 병원에 대해 법원이 5천만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는 등 자연분만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의원들에 부담만 지우고 있다"면서 "이 같은 추세라면 산과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출산대란' 우려...농어촌 지역 '조산원' 활성화 주장도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산부인과 의원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과 더불어 농어촌 지역의 조산원을 활성화하는 등 '산과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정책대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보건복지위원회)는 "정부가 정작 중요한 것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농어촌 지역의 경우 분만을 위해서는 몇 시간 거리에 있는 인근 시군으로 이동해야 해 사실상 의료공백 상태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일단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구내에 분만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뒤 "해당 지역 보건소내에 조산원을 설치, 분만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산전진찰 등은 산부인과에서 담당하도록 하되, 시군구내 분만을 위한 인력으로서 조산사를 활용하자는 것.
이어 김 의원은 "산모들에 가정분만 선택권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산모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의료공백을 메울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