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증책임 의무를 환자에서 의사로 전환할 경우, 소송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1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소는 최근 '의료사고피해구제법' 검토의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현재 의료인과 피해자측의 합의나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 의료사고는 지난해 3000건이 넘었으며, 분쟁 해결 비용만 1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입증책임이 전환돼 소송이 급증하게 될 경우, 분쟁 해결을 위해 사회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6배가 넘는 1조 2천억에서 1조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따라서 "사회적 비용의 증가는 일차적으로 의료인의 부담으로 돌아가겠지만 결국 국민의료비 증가로 이어져 불필요한 국민의 부담이 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이외에도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은 민법상의 대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며 원인물질을 배출한 가해자측에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경향이 많은 환경 소송에서도 이를 법규정으로까지 만들지는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서 운전자에게 입증책임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의료사고를 교통사고와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의료사고란 선의의 과정에 의한 하나의 결과적 산물"이라면서 "선의의 행위에서 발생하게 된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피해자 구제만을 강조하는 것은 발생한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의료소송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목적으로 의사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은 지나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며, 방어진료나 과잉진료 등의 폐해를 초래해 결국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면서 "의사에게는 부당하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범위에서 환자의 입증부담을 경감하거나 완화하는 제도를 마련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