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양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의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으며 곪아 터질 지경까지 치닫고 있다.
두 단체간의 갈등은 병원협회의 법정단체화와 관련, 의료법개정(안)-병원협회 청원(안)과 의협의 반대청원(안)이 나란히 국회에 상정되면서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병원협회가 법정단체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의협은 “회무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 허가를 받고 있는 사단법인 대한병원협회는 법정단체는 물론 임의단체로 규정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가로막고 나섰다.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19일 법안 심의에서 의료법 제45조 2항(의료기관단체의 설립)에 강제가 아닌 임의 가입 형태의 사단법인을 설립하도록 결정했다.
이날 국회 복지위 소회의실 앞에는 두 단체 회장단이 총출동해 결과를 기다리는 등 팽팽한 긴장감마져 감돌았다.
결과는 병협의 판정승. 병협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의협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낭패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병협 김광태 회장은 "우리는 보건의료 중요 정책에 참여하지 못하고 계속 소외되어 왔다"며 "이번 결정은 병원의 입장이 중요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피력했다.
두 단체간 갈등의 발단은 의료계와 약사회가 의약분업 실시 방안에 전격 합의한 1999년 5월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병원협회는 당시 의협이 병원계를 배제한 상태에서 약사회와 합의함으로써 병원약국이 폐쇄됐다며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당시 병협은 기관분업을 주장했다.
그 후부터 두 단체간 갈등은 곳곳에서 노출됐다. 의약분업을 앞둔 2000년 6월 20일 1차 폐업과 한 달 후인 7월 단행된 2차 폐업투쟁에 병협이 소극적인 협조로 일관한 것과 의협이 전공의와 병원의사 협의회를 의협 공식기구로 인정한 것도 무관하지 않다.
병협은 지난 17일 현안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열린 의약 4개장 모임에도 불참했다.
이에 대해 병원협회 한 관계자는 “의사협회가 병원협회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라며 “이번 법정단체 추진과 관련한 의협의 행동이 너무 지나치다”라고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어 “일부 병원장들 사이에선 의사회 회비를 지불하지 말자는 주장까지 흘러나오고 있지만,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협 주변의 관계자는 “올해 수가 결정때 개원가 수가는 내린반면 병원 입원료는 대폭 올랐다. 정부가 이런 제안을 했을 때 수용하지 않고 전체 파이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어야 한다”며 “그러나 병원협회는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이익만 챙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많은 의사들은 의협과 병협이 의료계의 동반자로서 관계 회복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두 단체간의 관계 정상화의 길은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