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병원 임의비급여사태와 관련, 의료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진들이 근거중심의료를 소홀히 한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한혈액학회와 대한수혈학회,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는 혈액학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29일부터 3일간 종합학술대회에 들어갔다.
특히 이들 학회는 31일 성모병원 임의비급여사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심평원과 소비자, 의학계가 참여하는 심포지엄을 마련한다.
심포지엄 발표자로 나선 서울의대 신희영(소아과학교실) 교수는 초록에서 “의료에 있어 질은 비용을 높이면 당연히 올라가겠지만 보통 쓰이는 의료의 질 관리라는 의미는 더 이상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질을 높이자는 노력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교수는 “따라서 의료의 질 관리는 진료를 직접하고 있는 임상의에게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의료환경을 의미하기도 한다”면서 “한정된 재정으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면 의료진도 적극적으로 이러한 질 개선활동에 참여해 제대로 된 치료를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신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보험제도가 점점 증거중심의 의료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환기시켰다.
신 교수는 “예전에 경험적으로 진행해 왔던 진료도 이제는 증거를 보충해야 할 수 있다”면서 “의료진들은 이러한 증거를 만드는 일에 소홀한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러한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야만 지원이 되는 상황이 더 심해질 것이므로 의료계도 이러한 증거를 만드는데 더욱 더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라면서 “경험적으로 사용되던 약물과 치료도 이제는 증거를 만들어야 인정해 주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급여범위를 초과하거나 식약청 허가사항을 초과하는 약물을 불가피하게 투여해야 할 경우 의학적인 근거를 마련, 급여나 비급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와 심평원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 교수는 “대상 환자의 수가 적어서 임상적인 의미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여러 병원들이 모이고 학회가 참여해 우리 나름의 증거를 만드는 것이 점점 나빠지는 의료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라고 생각된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신 교수는 “증거를 만들어내는 내는 과정을 불법으로 몰지만 말고 의료비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시간 법적인 보장을 통해 증거가 수집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반면 가톨릭의대 조석구(혈액내과) 교수는 “성모병원 백혈병 진료비 사태가 발생하고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그 이후 법률적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없고, 단지 문제가 되었던 약제비, 검사비, 혹은 재료비가 급여로 인정되거나 확대되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조 교수는 “성모병원의 문제는 이제 모든 회원들의 문제이며, 우리나라 의료계의 문제”라면서 “학회를 중심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대처해서 조속히 제도적 보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