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에 간암진단을 내리지 못해, 환자에 적절한 진료를 제공치 못한 의사에 대해 12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결정이 내려졌다.
한국소비자원은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간암 진단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둘러싼 조정신청건을 검토한 결과, 이 같은 결정내렸다고 28일 밝혔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명치부위 통증 등을 호소하던 A씨는(1944년생)는 2006년말 B병원을 방문해 위내시경 및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십이지장 궤양 및 빈혈이라는 진단을 받고 철분제를 복용하며 정기적인 진찰과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복부 불편감 등의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이에 A씨는 다음해 7월경 D병원을 방문해 복부 CT 촬영 등 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 A씨는 간암말기로 판명됐고, 치료를 받았으나 석 달 뒤 결국 사망했다.
환자가 간암으로 사망하자, A씨의 남편인 C씨 등 유가족은 "간암 진단이 지연되어 조기 사망하였으므로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라"며 B병원에 2000만원을 요구했으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소보원측에 조정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소보원측은 "간암 진단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의 견해와 유사사건에 대한 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C병원에 대해 손해배상 결정을 내렸다.
복부 CT 판독 결과, 심한 간경변증으로 비장 크기 증가와 간실질의 감소가 확인되며 5.2 x 3.1cm크기의 간엽종괴가 보이는 등 전형적인 말기 간암 소견을 보임에도 불구, 간경변증의 가능성만을 의심하는 등 적기에 진단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
여기에 2000년 3월 유사사건에 대한 서울지방법원의 판례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법원은 "간경변증, 만성간염 환자가 명확한 이유 없이 우측 상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간암을 의심해 알파태아단백검사, 초음파검사 등 정밀검사를 시행해야 하고, 스스로 정확한 진단을 하기 어려울 때에는 즉시 상급병원으로 전원시켜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었다.
이를 종합해 소보원은 "간암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과 적절한 진료를 위해 상급병원으로 전원시키지 아니한 의사의 과실이 인정된다"면서 C병원에 대해 12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결정하고, 이를 각각 사망인의 남편인 B씨과 자녀들에게 나누어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신청인들이 요구한 일실수입 등 재산적 손해와 관련해서는 "A씨가 간암을 조기에 진단 받았다 하더라도 간경변증이 심하고 간암 종괴가 거대해 예후가 좋았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전문가 견해를 근거로, 손해를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