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지정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현 상황을 진단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내놔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일 '2009년 입법 및 정책현안 과제'라는 제하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당연지정제 완화 또는 폐지가 새해 보건복지분야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복지부가 당연지정제 폐지를 검토하지 않고 건강보험 민영화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식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와 인터넷 누리꾼들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 의료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심각하다는 것.
특히 입법조사처는 의료계와 정부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요양기관 계약제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보는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면서, 그러나 당연지정제 완화를 위해서는 수많은 선결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정 당연지정제 완화 다른 셈법…논란 여전"
입법조사처는 먼저 요양기관 계약제의 도입이 국민건강보험의 독점적 지위를 해체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정의했다.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건강보험과 계약할 것인가를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결정할 수 있고, 보험자의 입장에서는 기준에 맞지 않는 의료기관을 퇴출시키거나 계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의료계와 정부 모두 당연지정제 완화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셈법은 크게 엇갈린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의료기관의 경우 당연지정제 폐지를 건강보험 수가협상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바탕이 될 것이라는 이해, 복지부와 공단은 계약제를 통한 건보 재정안정화에 그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는 "의료공급자와 정부 등 요양기관계약제를 주장하는 세력은 계약제를 두고 협상에서 유리한 상황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사실상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공공의료 확충-건강보험 보장수준 제고 등 선결과제
입법조사처의 이 같은 진단은 당연지정제 완화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정책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입법조사처는 향후 제도개선을 위한 입법을 위해서는 공공의료기관의 확충과 건강보험 보장수준의 제고 등의 선결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요양기관 계약제가 되더라고 공공의료기관이 확충되어 있어 기본적으로 건강보험과 계약된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공적보험인 건강보험만으로 충분한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건보 보장수준을 현행 60%에서 최소 80% 수준으로 제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입법조사처는 당연지정제 완화시 의학적 타당성과 효과성이 평가되지 않은 비급여서비스가 수입확보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관리방안이 필요하며, 1차 의료의 경우 국민주치의제를 통한 계약제 실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입법조사처는 "1차 의료의 경우 국민주치의제를 실시해 주치의 의료기관은 건강보험과 계약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은 건강보험과 계약하지 않는 방안을 도입해 건강보험 의료서비스의 전달체계가 확립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