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톨릭대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 중 선택진료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환자에게 환불하도록 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23일 나왔다. 심평원은 지난 2006년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사망한 환자등의 진료 총액 가운데 일부가 임의비급여라며 환불 처분을 내리자 행정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은 성모병원이 제기한 여러 건의 임의비급여사건 가운데 첫 번째 판결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다른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성모병원이 진료지원과에 대한 선택진료비를 포괄징수한 것에 대해서는 정당성을 인정했지만 △급여항목의 비급여 징수 △별도산정 불가 치료재료대 징수 △허가사항 초과 약제 사용분 환자 부담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심평원의 환불 처분이 정당했다고 했다. 법원은 특히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나 청구할 수 없는 비용을 환자 측에 부담시켜서는 안 되고, 그 치료행위가 위독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는 냉정한 입장을 밝혔다. 법이 마련한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난 치료비용을 환자가 부담토록 하는 것은 건강보험제도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법원의 판결문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병원은 환자의 생명이 아무리 경각에 달려있어도 심평원의 급여기준을 초과한 진료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바꾸어말하면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환자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다는 논리다.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해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급여기준을 초과한다고 해서 환자의 치료를 포기하라고 식의 건강보험이라면 더 이상 운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부 중증 환자의 임의비급여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성모병원 뿐만 많은 병원이 심평원의 환불 조치에 반발해 소송을 낸 상태다. 건강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임의비급여는 안된다는 논리는 다른 소송에서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위독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고 해서 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나 청구할 수 없는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안된다'는 법원의 논리는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