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방 협진을 하면 분명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분야가 있다. 그러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협진을 시도하는 것은 안된다.”
러스크기념병원 박선구 이사장의 말이다. 박 이사장은 재활의학과 전문의이면서 한의사 면허까지 취득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박 이사장은 “의학과 한의학을 치료에 접목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지만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으면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고, 의학을 기본으로 하면서 한의학을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재활의학과 레지던트를 할 때만 해도 한의학을 불신했다고 한다.
그는 “환자 중에 부황을 뜨거나 한약을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도 과연 그럴까 의심하고, 솔직히 한의학 치료를 받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재활의학과의원을 개설, 운영하던 중 풍두선(체머리) 환자가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나은 것을 지켜보면서 충격을 받아 한의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박선구 이사장은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1%라도 치료효과가 있으면 당연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고민하다가 한의대 편입시험을 준비했다”면서 “워낙 환자가 많았고, 수입도 많은데 한의대에 가겠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제정신이 아니라며 말렸다”고 말했다.
그는 한의사 면허를 취득하긴 했지만 한동안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돈을 벌기 위해 한의사 면허까지 딴 게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었다.
그는 “한방을 이용해 비용을 창출하지 않고, 의학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분야에 한해 효과가 입증된 침을 위주로 치료에 접목하고, 한약은 반드시 필요한 때에만 처방해 왔다”면서 “그러다보니 주변에서도 신뢰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1월 31일부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한의과·의과·치과 협진이 가능해짐에 따라 복수면허자들은 더욱 유리한 진료환경이 마련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전문의 입장에서 보면 일부 한방병원들이 수익성 위주로 진료를 하다보니 한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고, 결국 한의학 발전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이라면서 “치료를 위해 협진을 시도하고, 환자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