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벌제 등 정부 리베이트 감시 강화로 국내 제약사들의 공격적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판매관리비와 R&D 투자가 줄어드는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영업활동 위축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고, 이를 판관비 절감으로 극복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4일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보인 22곳 제약사(LG생명과학 제외)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전년동기대비 판관비율은 15곳에서, R&D 투자비율은 12곳에서 감소 현상을 보였다.
판관비율은 줄었지만, R&D 비율이 늘어난 기업은 동아제약, 유한양행, 제일약품, 삼진제약, 유나이티드제약 등 5곳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판관비가 줄면서 자연스레 R&D 투자도 위축됐다는 소리다.
판관비는 상품이나 용역 판매와 관련해 발생하는 판매비와 회사 관리, 유지를 위해 지출되는 모든 비용을 뜻한다.
A증권사 연구원은 "통상 급여, 경상개발비, 판촉비 등이 판매관리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정부 리베이트 감시 강화로 경영 실적이 악화되면서 경상개발비 부문의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약품은 특이하게 타사에 비해 판관비율과 R&D 비율이 크게 늘었는데, 회사는 R&D 비용이 판관비로 계승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을 두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표현을 썼다.
국내 B사 임원은 "(정부가 내세우는) 리베이트 근절책은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급하게 추진하는 경향이 많다"며 "영업 활동이 위축되고,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 R&D 투자 역시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임원은 이어 "지금 너무 많은 정책이 시행되고 있어 모든 제약업체가 답답한 마음일 것"이라며 "모든지 급하면 체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C사 관계자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업계 상위 10대 기업 LG생명과학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집계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