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 원장은 무조건 보장성 강화를 주장할 게 아니라 한정된 건강보험재정을 어떻게 운용하는 게 정의인지 고민할 때라고 환기시켰다.
허대석 원장은 보건의료연구원 소식지 최근호에서 <필수와 선택>을 주제로 한 CEO 칼럼을 게재했다.
허 원장은 “암환자의 본인부담금이 5%에 불과하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비중은 35% 이상이고, 한국은 OECD 국가 중 끝에서 세 번째로 의료보장성이 낮은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중 본인부담금 비중에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비급여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게 허 원장의 설명이다.
건강보험에서 의료행위를 급여, 비급여로 나누는 것은 해당 의료서비스가 필수적인가, 선택적인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그는 “위암수술과 성형수술 두가지를 비교하면 급여와 비급여의 기준이 명백하게 이해되지만 신의료기술과 신약이 끊임없이 개발되면서 필수와 선택을 구분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모든 의료는 필수적이라는 관점에서 국민들은 건강보험이 선택가능한 모든 의료서비스를 보장하기를 바라지만 선택적인 의약품과 의료서비스의 사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바람”이라고 밝혔다.
반면 ‘필수’로 분류돼 보험급여가 보장된 의약품 중 상당수는 특허가 만료되고, 가격이 통제되면서 제약사가 생산을 기피해 정부가 퇴장방지의약품이라는 제도로 생산을 권장하고 있는 품목이 500개를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페니실린은 대표적인 항생제이지만 제약사들은 주사제 한병에 1천원도 받지 못함에 따라 수 만원을 호가하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과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 원장은 “의료기술에서도 필수의료 기술일수록 저수가의 틀에 갖히게 돼 의료기관들이 비급여의료행위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허 원장은 “포퓰리즘에 빠져 무조건 보장성 강화라는 주장을 하기 전에 한정된 보험재원을 어떠한 방향으로 운용하는 것이 정의인지 정책입안자, 의료인, 국민 모두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