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인접한 영역에 종사하던 사업자들이 직접 병원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면서 회사(MSO)를 통해 병원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기존에는 이미 하나의 병원 경영에 성공한 의료인이 2, 3호점으로 병원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 의료기관의 형식을 취하거나, 자본력 있는 기업에 의사가 종속되는 형태로 브랜드 병원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병원 마케팅 업무 등에 종사하던 전문가들이 실력과 경험으로 무장하고 네트워크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
오늘은 당 법률사무소에서 법률 자문을 제공했던 비(非)의료인의 네트워크 병원 운영 지원 사업 사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최근 가장 많이 상담한 사례는 광고, 마케팅, 브랜딩, 홍보, 바이럴, DB영업 기타 병원의 매출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을 하던 사람들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보고자 나서는 경우들이다.
이미 여러 병원 또는 네트워크 전체의 매출을 끌어올려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같이 할 실력 있는 의료인들만 모집된다면 일정 매출을 달성하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주로 치과, GP, 피부, 비만, 도수치료, 면역치료 등 분야에서 많은 상담을 한 기억이다.
일단 이런 형태로 설립한 네트워크 의료기관은 ‘경영과 홍보에 특화된 전문가’와 ‘진료에 전념하는 의사’가 결합된 이상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사항만 잘 지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기본적인 사항이라 함은 기존의 네트워크 병원, MSO 와 마찬가지로 의료법 제33조의 사무장 병원, 1인 1개소법 관련 규제를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초기 개원 자본을 회사가 대주는 형태로 의료인에게 접근해서는 안되며, 기존의 성공 경험 및 인지도를 바탕으로 “우리가 만든 브랜드를 믿고 로열티를 지급할 의료인”을 모집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일부 시설 지원 등이 이루어질 수는 있으나, 그 정도와 방법에 대해서는 법률전문가와 상의가 필요하다.
한편, 자본력을 가진 사업자가 신도시에 검진센터, 병원급 의료기관 등 대규모 시설 투자를 감행하는 사례도 많은 듯하다. 최근에 관련 계약서를 몇 가지 검토했는데, 과거 보다는 의료법 원칙에 충실하고 법률분쟁에 잘 대비한 느낌이었다.
이미 타 지역에서 같은 브랜드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니, 관리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남에 따라 경험도 늘어날 것이고 상권 분석이나 환자 유치 계획 등도 전문적·체계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참여하려는 의사들은 기존 병원의 운영 현황을 확인해보고 충분히 검토한 후 계약을 진행할 것을 권고한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의료인이 혼자서 대규모 시설 투자를 감행하기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일정 부분에 관해서는 자본력을 가진 회사가 개원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다들 잘 아시다시피 외부인이 병원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비(非)의료인과의 동업행위로서 위법의 소지가 강하므로, 전대차의 형태 또는 대여금의 형태 등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적정한 임대료, 이자 등을 지급함으로써 법적인 안정성을 기할 것을 권고한다.
즉, 비의료인이 병원에 투자했다는 외관을 형성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최근에 인테리어 공사를 지원하겠다는 회사를 보기도 했는데, 이는 병원의 시설에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과거에는 병원을 내세워 코인 사업 등을 해보려는 소위 ‘사짜’들을 비롯해 여러 유형의 가짜 병원 경영 전문가들에게 속아서, 감당하지 못할 큰 병원을 개원했다가 피해를 입은 의료인들의 케이스를 많이 봐왔다.
하지만 이제는 의료인들도 경각심이 생겨셔인지 변호사가 위험하다고 조언하는 방식으로는 개원하지 않으려 하고, MSO 사업자들도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안전한 방식을 택하여 거래처를 늘려가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수시로 변화하는 규제 환경 하에서 어제는 가능했던 것들이 오늘은 변경된 판례로 인해 금지될 수도 있으니, 지속적인 법률자문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