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의사협회가 주최한 제1차 전국 의사 총파업 궐기대회가 의사 2만 8000명(의사협회 추산) 참여 속에 막을 내렸다.
서울 여의도공원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의료계 총파업은 어느 때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 철회를 요구하는 의료계 목소리가 전국 시도에서 울려 퍼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의원 3만 3836곳 중 1만 1025곳(32.6%)이 휴진을 신고했다. 휴가철을 감안할 때 파업에 실제 참여한 의원 수를 산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의대생과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이 동참한 이번 총파업 궐기대회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를 연상시키며 문정부 의과대학 증원 정책의 위험성을 가늠해 했다.
보건정책 기본은 현장에 기반 한다.
의료현장을 외면한 정책은 의료 생태계 혼란을 불러와 결국 환자들에게 피해가 간다.
의과대학 증원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여당과 정부는 의료현장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는지, 입장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얼마만큼 했는지 자성해야 한다.
정권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나 집단 이기주의로 몰고 가는 구태 전략과 언론 플레이는 의사들의 자존감을 자극할 뿐이다.
불과 몇 달 전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도움을 요청한 사람도, 자진해서 달려간 사람도 정부가 아니라 의사들이었다.
복지부 김강립 차관은 지난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정부가 의사협회와 공식적인 의제로 삼고 논의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며 사실상 협의와 소통 부족을 일부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보건소를 통해 휴진 의원에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하도록 강권하는 복지부 형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휴가기간에도 불구하고 전국 병원이 정상 진료하는 상황에서 동네의원 하루 휴진을 이유로 행정처분과 형사고발 근거인 업무개시 명령공표는 의료계를 겁박한 옹졸한 조치다.
여기에 청와대 김연명 사회수석이 이임사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어느 순간 결정된 것이 아니라 재임하면서 거의 1년 가까이 여러 데이터를 분석하고, 부처와 통의하면서 내놓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는 발언은 문 정부를 지지하고 기대한 많은 의사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이제부터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총파업에 참여한 의원급에 대한 행정처분 관련 입장 표명이 선행돼야 한다.
현 의료법에는 업무정지 명령을 위반한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15일' 행정처분을, 의료인은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 형사고발 등 강한 처벌조항이 있다.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를 요청하기 전에 의사들의 깊은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복지부 장차관이 의료계를 향해 수차례 강조한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는 발언을 신뢰할 수 있는 진실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2014년, 의료계가 박근혜 정부의 원격의료 정책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강행했을 때 복지부 상황은 현재와 대동소이했다.
당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계와 신뢰를 깨뜨려선 안 된다"는 신념으로 청와대 압력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참여한 의원급 4400여곳의 행정처분을 전격 유보하며 의료계와 대화를 재개했다.
복지부가 어떤 입장을 결정하느냐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사태에서 의료계 협력과 대응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