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에게 1차 약제로 같은 RAAS 계열이내에서도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ACE) 억제제보다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를 처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CE 억제제가 더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효과와 부작용을 모두 고려하면 1차 약제로는 ARB가 더 적절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현지시각으로 26일 미국심장학회 공식 학술지인 고혈압(Hypertension)에는 고혈압 1차 치료제 ACE 억제제와 ARB간에 직접적 비교 분석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10.1161/HYPERTENSIONAHA.120.16667).
ACE 억제제와 ARB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고혈압 약물의 대표 주자로 둘다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을 활용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ACE 억제제는 혈관을 좁히는 물질인 안지오텐신이 덜 생성되도록 만들어 혈관이 넓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혈압을 낮추는 기전이며 ARB는 지오텐신이 부착되는 혈관의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혈관 수축을 막는다.
현재 미국심장학회는 물론 유럽심장학회 등은 두가지 약물을 사실상 거의 동등하게 1차 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약물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연구는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가이징거 메디컬센터 첸(RuiJun Chen)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1996년부터 2018년 사이에 단일 약물로 처음 고혈압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의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분석해 두 약물을 비교했다.
ACE 억제제를 처방받은 229만 7881명과 ARB로 치료한 67만 3938명의 데이터를 비교해 심뇌혈관 위험 등을 비교 분석한 것.
그 결과 두 약물 사이에 심혈관 사망이나 심혈관 질환 발생률 등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약물의 효능에서는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작용면에서는 꽤 의미있는 결과들이 나왔다. ACE 억제제 처방군에서 일부 부작용이 더욱 많이 발생한 것.
실제로 ARB를 복용한 환자보다 ACE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들은 혈관부종이 발생할 위험이 3.3배나 높았다.
또한 매우 건조한 기침이 이어질 위험도 1.3배가 높았으며 췌장염 발생 위험도 역시 1.3배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다른 요인이 아닌 약물로 위장관 출혈이 나타날 위험도 1.18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기타 다른 미비한 부작용들도 유의미하게 높았지만 이 4가지가 가장 큰 부분이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첸 박사는 "ACE 억제제와 ARB간에 효과면에서는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지만 부작용면에서는 ARB가 훨씬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고혈압으로 처음 진단받은 환자에게는 ACE 억제제보다 ARB를 처방해야 한다는 근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번 연구가 이미 ACE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에 대해 약물 전환의 근거는 될 수 없다"며 "또한 다제요법 등을 받고 있는 환자에게도 일반화시킬 수 없는 근거로 오직 고혈압 약물을 처음 처방하는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근거"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에 하위 분석을 분석한 결과 ACE 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의 대부분(80%)는 리시노프릴을 복용중에 있었으며 ARB 계열의 경우 45%가 로잘탄을 복용중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