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행정법학계에서 최고 권위를 지닌 법학 교수가 “건보공단직원의 현지 확인권을 규정한 공단의 정관조항이 현행법에 근거를 두지 않은 ‘무효’조항”이라는 법적 견해를 내놔, 현지 조사권 논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대 법대 류지태 교수는 22일 “현행 건강보험 체제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정점으로 해서 공단과 심평원, 요양기관이 상호 평등한 관계에 놓여있어, 이 3자 간에는 어떤 형태의 권력적 행위도 불가하며 오로지 협조를 요청할 권한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현재 건보공단 정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현지 확인권 조항은 현행법에 근거를 두지 않은 것으로서, 아무리 정관이 복지부 장관의 인준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효력이 없는 무효조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 건보공단 정관 44조는 이사장이 “신고 또는 제출받은 자료 등에 대하여 사실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소속직원으로 하여금 당해 사항에 관하여 현지출장하여 확인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류 교슈는 또한 “다른 어떤 법에서도 명문의 근거 없는 조사 권한을 통해 당사자에게 불이익한 조치(급여 삭감)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법조항은 없다”며 타 법령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는 “요양기관에 대한 실사권은 보건복지부장관의 고유권한으로 볼 수 있으며 공단은 요양기관에 대한 아무런 조사권이 없다는 류 교수의 자문을 받아 22일 보건복지부와 법제처에 의견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리고 “앞으로 잉여 인력으로 실사권을 장악하려는 (공단의) 음모를 사전에 봉쇄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류지태 교수는 사법시험·행정고시 출제위원을 수차례 지냈으며 현재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각종 입법 실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어 이번 자문 결과가 법제처의 유권해석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