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인터뷰➃ 양은배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
"의료인문학은 의료서비스를 하는 사람에게 철학, 역사, 문학에 대한 가치를 교육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학문이다."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양은배 교수(42)는 이 같이 말하며 의료인문학이 한 번의 강의로 끝나거나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평가받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양 교수는 교육학 출신으로 의대 학생들에게 의료인문학에 대해 가르치고 있으며 지난 2003년 책 <인문사회의학과 의학교육의 미래>를 발간했다.
교육학 출신의 의대 교수가 바라보는 의료인문학은 어떤 것일까.
그가 생각하는 의료인문학의 핵심은 '반성적 사고'이다. 가령, 환자를 진료할 때 단순히 질병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더 나은 대안은 없는 것인지' 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
그는 또 의학적 상상력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기존의 방법 이외 상상력을 갖춘 의사라면 더 나은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의료장비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양 교수는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 문항을 넣는 것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단 찬성은 하지만 의료인문학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안으로 의과대학 인증평가 과정에서 해당 의과대학의 의료인문학 교육에 대해 평가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은 양 교수와의 일문일답.
Q: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의료인문학 교육이란 어떤 것인가.
A: 의료인문학은 사람을 만드는 학문이다. 의학과 인문학의 패러다임은 다르지만 이를 다루는 사람은 동일하지 않나.
의사 이외 사회 어떤 일을 하더라도 올바른 사고를 가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인문학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의사는 환자를 진료할 때 질병으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환자의 신체와 함께 심리상태, 사회적인 위치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치료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이 집단 의사표출을 했을 때 대중과 소통이 안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의료전문가를 키우는 게 아니라 의료서비스를 하는 사람을 키워야한다는 게 확고해졌다고 본다.
Q: 의학교육학과 교수로서 의료인문학 교육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일단 의과대학에 의료인문학 교과과정이 생겼고, 관련 논문이 쌓이고 석박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변화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교육의 성과라고 보기는 힘들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의료인문학의 취지를 비춰볼 때 시간이 흘러서 환자가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과거와 많이 변했다'라는 반응이 나오면 그제서야 교육의 성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의료인문학 교육이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데 왜 필요한지 말해달라.
A: 의료인문학 교육의 핵심은 반성적 사고이다. 어떤 일을 접했을 때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상상해 낼 수 있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다. 또한 의학적 상상력을 키워주는 바탕이 된다.
Q: '의학적 상상력'이라는 용어는 낯설다. 그게 좋은 의사가 되는 데 필요한가.
A: 그렇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의학적 상상력은 굉장히 중요하다. 의학적 상상력이 있는 의사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진료 결과를 도출해 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모든 분야에서 상상력은 이 세상을 진보하게 만든다. 물론 일각에선 의학적 지식도 배울 시간이 부족한데 인문학까지 해야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의사를 키우는 데는 의학적 지식 이외에도 인문학적인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Q: 의료인문학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A: 예를 들면 '생명'을 주제로 사진 콘테스트를 연다.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서 사물을 보고 느끼며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UCC를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과학적인 사고의 틀을 깨주기도 하고, 연극을 통해 역할을 바꿔가며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보기도 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또한 마지막 학기에는 직접 소설을 쓰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고 생각하는 기회를 갖도록 한다.
Q: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 문항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일단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이 포함되면 전국 의과대학에 의료인문학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활성화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의사국시에 반영될 수 있는 문항은 의료윤리 혹은 의사학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의료인문학=의료윤리학' 혹은 '의사학'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국시를 논하기 전에 의료인문학에 대한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한다.
Q: 그렇다면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 문항을 넣었을 때의 부작용을 보완할 대책이 있나.
A: 글쎄. 개인적으로는 의사국시에서 학생들을 평가할 게 아니라 의과대학 인증평가에서 평가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어차피 의료인문학은 시험을 통해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의과대학이 의료인문학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의료인문학을 확산시키는 데에 의사국시만큼의 힘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양은배 교수(42)는 이 같이 말하며 의료인문학이 한 번의 강의로 끝나거나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평가받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양 교수는 교육학 출신으로 의대 학생들에게 의료인문학에 대해 가르치고 있으며 지난 2003년 책 <인문사회의학과 의학교육의 미래>를 발간했다.
교육학 출신의 의대 교수가 바라보는 의료인문학은 어떤 것일까.
그가 생각하는 의료인문학의 핵심은 '반성적 사고'이다. 가령, 환자를 진료할 때 단순히 질병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더 나은 대안은 없는 것인지' 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
그는 또 의학적 상상력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기존의 방법 이외 상상력을 갖춘 의사라면 더 나은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의료장비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양 교수는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 문항을 넣는 것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단 찬성은 하지만 의료인문학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안으로 의과대학 인증평가 과정에서 해당 의과대학의 의료인문학 교육에 대해 평가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은 양 교수와의 일문일답.
Q: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의료인문학 교육이란 어떤 것인가.
A: 의료인문학은 사람을 만드는 학문이다. 의학과 인문학의 패러다임은 다르지만 이를 다루는 사람은 동일하지 않나.
의사 이외 사회 어떤 일을 하더라도 올바른 사고를 가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인문학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의사는 환자를 진료할 때 질병으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환자의 신체와 함께 심리상태, 사회적인 위치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치료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이 집단 의사표출을 했을 때 대중과 소통이 안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의료전문가를 키우는 게 아니라 의료서비스를 하는 사람을 키워야한다는 게 확고해졌다고 본다.
Q: 의학교육학과 교수로서 의료인문학 교육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일단 의과대학에 의료인문학 교과과정이 생겼고, 관련 논문이 쌓이고 석박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변화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교육의 성과라고 보기는 힘들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의료인문학의 취지를 비춰볼 때 시간이 흘러서 환자가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과거와 많이 변했다'라는 반응이 나오면 그제서야 교육의 성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의료인문학 교육이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데 왜 필요한지 말해달라.
A: 의료인문학 교육의 핵심은 반성적 사고이다. 어떤 일을 접했을 때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상상해 낼 수 있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다. 또한 의학적 상상력을 키워주는 바탕이 된다.
Q: '의학적 상상력'이라는 용어는 낯설다. 그게 좋은 의사가 되는 데 필요한가.
A: 그렇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의학적 상상력은 굉장히 중요하다. 의학적 상상력이 있는 의사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진료 결과를 도출해 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모든 분야에서 상상력은 이 세상을 진보하게 만든다. 물론 일각에선 의학적 지식도 배울 시간이 부족한데 인문학까지 해야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의사를 키우는 데는 의학적 지식 이외에도 인문학적인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Q: 의료인문학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A: 예를 들면 '생명'을 주제로 사진 콘테스트를 연다.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서 사물을 보고 느끼며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UCC를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과학적인 사고의 틀을 깨주기도 하고, 연극을 통해 역할을 바꿔가며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보기도 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또한 마지막 학기에는 직접 소설을 쓰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고 생각하는 기회를 갖도록 한다.
Q: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 문항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일단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이 포함되면 전국 의과대학에 의료인문학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활성화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의사국시에 반영될 수 있는 문항은 의료윤리 혹은 의사학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의료인문학=의료윤리학' 혹은 '의사학'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국시를 논하기 전에 의료인문학에 대한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한다.
Q: 그렇다면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 문항을 넣었을 때의 부작용을 보완할 대책이 있나.
A: 글쎄. 개인적으로는 의사국시에서 학생들을 평가할 게 아니라 의과대학 인증평가에서 평가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어차피 의료인문학은 시험을 통해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의과대학이 의료인문학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의료인문학을 확산시키는 데에 의사국시만큼의 힘을 갖는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