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생의 오사카 시립대학병원 실습기①

마새별
발행날짜: 2016-06-24 11:11:39
  • 의대생뉴스=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마새별

작년 말에 학교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서 2016년 1학기 중에 2주간 일본 오사카 시립대학 병원에서 실습을 돌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프로그램인데다가 공고 당시 마감일이 시험 기간에 임박할 무렵이었어서 서류 준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을 하지말까라고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만 늘 그랬듯, 무엇이든지 하고보자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지원한 이후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아예 도전 조차 하지 않고 못 가게 되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아 곧바로 지원 준비에 나선 기억이 난다.

부랴부랴 지원서를 작성하여 제출했고 이후 1달 정도 지났을까, 최종 선발자를 뽑기 위해 면접에 참여해야 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면접 날짜는 기말 고사 마지막 날이자 방학을 하루 앞둔 추운 겨울 날이었다.

마지막까지 시험 공부에 온 신경을 다하느라 매우 진이 빠진 상태였기에 별다른 면접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면접에 임했다.

생각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왜 지원하게 됐는지를 이야기하고, 이미 서로 알만큼 다 알고 있는 동기들 앞에서 자기 소개도 간단히 하면서 담당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면접이 끝났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이틀 후 바로 요르단으로 겨울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요르단으로 가는 길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간 경유를 하게 되었는데, 비행기에서 내려 핸드폰을 키는 순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익숙한 앞자리 덕에 학교 병원에서 온 전화라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렸고, 역시나 그것은 담당 교수님의 전화가 맞았다.

지금도 여전히 일본 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물으셨고, 왜 내가 선발되었는지 얼떨떨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그렇다고 대답했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전화를 내려 놓았는데, 잠시 경유지를 들르기 위해 휴대폰을 킨 사이에 전화가 온 것도 신기했고, 면접에서 별다른 어필을 하지 못했기에 내심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최종으로 선발된 것 역시 신기했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또 다른 곳에서의 색다른 경험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요르단에서 이곳 저곳의 병원들을 구경하면서 앞으로 5개월 쯤 뒤에 만나게 될 일본의 병원은 어떤 모습일지 여러번 기대하게 되었다.

요르단은 다행히 생각보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의료진들이 많아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내심 일본의 병원에서는 어떨지 걱정이 되었다.

내가 알기로는 일본 사람들은 영어를 별로 자주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일본어로 된 텍스트와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들었기에 일본어를 거의 하나도 알지 못하는 내가 그곳에 가면 큰 난관에 봉착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면접 당시 교수님께서 이 부분에 대해 감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병원의 술기나 치료 방법은 비슷할지 몰라도 의료진과의 대화나 환자와의 진료는 모두 일본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당 부분을 알아듣지 못한 채 몇몇 영어가 가능한 사람들에게 물어 도움을 얻어야할 것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늘 난관은 있기 마련이고 쉬운 길만 택할 수는 없기에 필자는 이 부분은 충분히 감수하기로 마음 먹었다.

일본에 가기까지 그 짧은 시간동안 일본어를 뒤늦게 배우기 보다는, 가기 전에 모교의 병원에서 최대한 실습에 대해 많이 배워서 일본에서는 언어를 잘 모를지라도 한국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렇게 3학년이 되어 네 달 정도 실습에 임했고 날씨 좋은 오월의 어느 날, 예정되었던 일본 오사카행을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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