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기피과 문제, 해결책없이 악순환 반복
[특별기획] 전공의 기피과의 봄은 오는가의학 드라마의 단골 주연은 '외과'와 '흉부외과'이다. 시청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드라마틱한 장면과 긴박감 넘치는 장면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인턴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과들에 대한 지원방안이 최근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수가 인상 뿐 아니라 일자리 마련 등 다양한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에 대해서는 지켜볼 일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전공의 기피과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논의들을 소개하고, 합리적인 제도개선방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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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공의 기피과, 심화되는 악순환
<중>기피과 지원 나서는 정부·국회
<하>전공의 수급정책의 대변혁 필요
이를 현실에 적용하면 이들과는 우여곡절 사연이 많은데다, 위험한 순간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된다.
최근의 의학드라마는 기존과는 달리 외과, 흉부외과에 인턴들이 지원을 하지 않는 현실까지 비추고 있다. 외과, 흉부외과를 포함한 기피과들의 위기가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만큼 확대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의학드라마에까지 비춰진 전공의 기피과 문제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에 인턴들이 지원을 꺼리는 현상은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매년 그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5년간 전공의 확보율을 보면, 2004년 94.6%인 산부인과 전공의 확보율이 2008년 55.4%까지 지속적으로 내려갔다. 외과의 경우에도 93.4%에 달하는 지원율이 61.3%로 떨어졌다.
흉부외과는 63.6%에 불과했으나 그나마도 더 떨어져 2008년 43.6%까지 전공의 확보율이 내려갔다. 피부과, 성형외과, 내과 등은 거의 100%에 가깝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기피과의 경우 전공의를 몇년째 받지 못한 병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권의 A병원의 경우 3년간 흉부외과 전공의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B병원은 2007년과 2008년 두 해나 흉부외과, 산부인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전공의를 받지 못했다.
결국 이런 상황은 수련교육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B병원 교육수련부장은 "레지던트의 경우 년차에 따라 수련내용이 달라져야 하는데 후배들이 들어오지 않으니 1,2년차 업무까지 선배들이 떠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교육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흉부외과 전공의 확보율 50% 하회
이같은 수련 현실은 결국 전공의 중도포기라는 방식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전공의가 없다보니 남은 전공의가 모든 잡무와 당직을 떠안아야 하고 결국 힘든 상황을 벗어나려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전공의 중도 포기율을 보게 되면 산부인과와 흉부외과는 10%대가 훌쩍 뛰어넘는다.
흉부외과의 경우 2005년 12.2%에서 2006년 7.9%로 다소 줄었으나 2007년에는 20.6%까지 급증했다. 산부인과 역시 13.1%, 23.3%, 16.5%로 20%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성형외과(2.4%), 신경과(1.1%), 피부과(2.5%)와 비교할 바가 아닌 것이다.
흉부외과를 중도포기했다는 한 전공의는 "선후배도 없는 수련과정은 정말 참담했다"면서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컸다"고 말했다.
연세의대 한 교수는 "의대생들에게 왜 외과를 지원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레지던트 과정이 너무 힘든게 보여서'라고 말했다"면서 "전공의가 적다보니 당직이 늘고 그러니 지원이 안되는 악순환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 흉부외과 전공의 포기율 10%대
기피과 문제의 경우 전공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과 전문의들의 탈 전문의화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분만율 감소와 의료사고위험 등으로 분만을 포기한 산부인과의원이 전체 산부인과의 50%를 넘어서고 있으며, 외과·흉부외과 개원의들 역시 전문과목 명칭을 떼고 일반의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2008년 상반기 전문의 신규개원 현황을 보면 신규개원 전문의 1307명 중 전문과목을 내걸지 않은 전문의는 425명이었다. 이 중 가정의학과가 136곳으로 가장 많았고 산부인과가 78곳, 외과가 54곳, 비뇨기과 32곳 순이었다.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 전체를 보더라도 총4527곳 중(2008년 3월기준) 외과가 1013곳, 산부인과가 460곳에 이르렀다.
한 외과개원의는 "많은 외과의사들이 일자리를 잡지 못해 응급실 등을 전전하고 있으며, 공중보건의사를 마친 외과 전문의는 개업보다는 전임의 자리를 택해 병원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봉직의의 경우에도 타과 전문의에 비해 낮은 급여수준 등으로 시름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일자리 부족현상을 피해를 입고 있다.
때때로는 전문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해 참담한 기분도 느낀다. 한 흉부외과 개원의는 "보건소에서 결핵과 관련한 의사를 뽑는데 흉부외과의사만 빼놓았더라"면서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