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준 변호사(법무법인 대세)
#COLUMN#최근 국내 K리그에서는 비극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지난 6일 인천유나이티드 소속의 골키퍼 윤기원 선수가 갑작스럽게 시신으로 발견된 데에 이어 이틀 뒤인 지난 8일에는 제주유나이티드 소속의 젊은 공격수 신영록이 경기 종료 직전 의식을 잃고 쓰려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신 선수는 3일이 지난 아직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987년생인 신 선수는 각급 국가대표를 거친 유망주로서, 청소년 대표 당시 또래에 비해 건장한 신체조건을 활용한 파워풀한 플레이스타일이 영국 첼시FC의 드록바 선수를 빼닮았다하여 팬들로부터 '영록바'라는 애칭을 얻은바 있다. 구단의 사정 등으로 자주 소속팀을 옮겨 다니며 아직까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한국 축구를 짊어지고 나갈 젊고 유망한 선수임은 분명하기에 그런 신 선수를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소식은 신 선수에 대한 초기 응급조치가 비교적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지체 없이 인근 병원(제주한라병원)으로 후송된 덕분에 CT촬영 결과 뇌와 심장에 경미한 손상 정도 밖에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4월경 잠실구장에서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롯데 임수혁 선수가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고 장시간 방치된 탓에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끝내 사망한 사건과는 비교해 본다면 높아진 한국 스포츠 응급의료의 수준 덕분에 신 선수가 더 큰 비극을 피할 수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과연 사전 예방이 불가능한 것이었는지, 현장에서 이루어진 응급조치에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에 대하여 자꾸만 의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해외에서 안토니오 푸에르타 등 수많은 축구선수들이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그라운드에 쓰려져 사망했고, 국내에서도 아마추어 경기 도중 심장마비 등으로 인한 사고가 속속 발생하여 축구선수의 심장발작과 관련한 문제가 국내외에서 중요한 이슈로 언급되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축구, 마라톤 등의 스포츠를 무리하게 계속하면 비후성 심근병증 또는 부정맥 등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이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꾸준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FIFA에서는 지난 2010년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선수들의 심장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등 변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선수들이 몸담으며 대부분의 경기를 치루고 있는 프로팀, 연맹 차원에서는 선수들의 심장 건강에 대하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선수들이 받는 심장에 대한 검사라고는 입단할 때 받는 메디컬테스트 정도에 불과하고, 그 이후에는 선수들에 대한 공식적인 심장 검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검사 방법이나 점검 항목도 구단마다 제각각이어서 메디컬테스트의 효용성도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뿐만 아니라,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당시 현장에 있던 축구팬들의 목격담에 의하면 사고 직후에 이루어진 응급조치에도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목격자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현장에는 두 명의 응급요원들이 있었지만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아 정작 기도 확보 등의 응급조치를 취한 것은 상대방 소속팀 선수였고, CPR을 계속하여도 호흡이 돌아오지 않던 상황에서 AED가 구비되어 있지 않았으며, 대기 중이던 구급차에는 운전기사가 부재중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보도에 의하면 구급차가 출발하기까지만 해도 최소한 10분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하여 구단 측의 발표와는 다른 사실관계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본다면 이번 사고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였지만 막을 수 없었던” 천재지변에 가까운 사고였다고는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사고를 미리 예방하고 현장에서 더 빠른 응급조치가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있어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평소에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는 이상 항상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의 빈틈이 생기기 마련다.
이러한 빈틈을 메워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규칙과 법규일 것이다. 평소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행동이라도, 그것이 법이나 규칙으로 의무화 되어 있다면 지킬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이번 신 선수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가 혹은 연맹 차원에서 선수들에 대한 정기적인 심장 검진을 의무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매년 심전도 검사와 운동부하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체계적인 검사를 프로선수들에게도 의무화하여 미리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다음으로 현장의 응급의료 시스템을 재차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 AED를 이용한 제세동 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경기장 등에 AED 구비를 의무화 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제 기능을 다하기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아무리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현장의 응급의료 시스템은 아직도 나아갈 길이 먼 것이다. 따라서 현장에 배치해야 할 의료 인력이나 장비의 수준 등을 보다 체계화하는 정비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판들에게 CPR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하였는데, 유명무실한 일회성 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한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이 또한 유의미한 변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신 선수의 사고는 너무나도 비극적이지만,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비교적 명확하다고 할 수 있는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스스로를 돌아본다면 스포츠 의료가 한층 성숙해지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신 선수의 천진난만한 쿵푸 세레머니를 하루라도 빨리 다시 볼 수 있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1987년생인 신 선수는 각급 국가대표를 거친 유망주로서, 청소년 대표 당시 또래에 비해 건장한 신체조건을 활용한 파워풀한 플레이스타일이 영국 첼시FC의 드록바 선수를 빼닮았다하여 팬들로부터 '영록바'라는 애칭을 얻은바 있다. 구단의 사정 등으로 자주 소속팀을 옮겨 다니며 아직까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한국 축구를 짊어지고 나갈 젊고 유망한 선수임은 분명하기에 그런 신 선수를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소식은 신 선수에 대한 초기 응급조치가 비교적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지체 없이 인근 병원(제주한라병원)으로 후송된 덕분에 CT촬영 결과 뇌와 심장에 경미한 손상 정도 밖에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4월경 잠실구장에서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롯데 임수혁 선수가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고 장시간 방치된 탓에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끝내 사망한 사건과는 비교해 본다면 높아진 한국 스포츠 응급의료의 수준 덕분에 신 선수가 더 큰 비극을 피할 수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과연 사전 예방이 불가능한 것이었는지, 현장에서 이루어진 응급조치에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에 대하여 자꾸만 의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해외에서 안토니오 푸에르타 등 수많은 축구선수들이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그라운드에 쓰려져 사망했고, 국내에서도 아마추어 경기 도중 심장마비 등으로 인한 사고가 속속 발생하여 축구선수의 심장발작과 관련한 문제가 국내외에서 중요한 이슈로 언급되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축구, 마라톤 등의 스포츠를 무리하게 계속하면 비후성 심근병증 또는 부정맥 등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이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꾸준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FIFA에서는 지난 2010년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선수들의 심장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등 변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선수들이 몸담으며 대부분의 경기를 치루고 있는 프로팀, 연맹 차원에서는 선수들의 심장 건강에 대하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선수들이 받는 심장에 대한 검사라고는 입단할 때 받는 메디컬테스트 정도에 불과하고, 그 이후에는 선수들에 대한 공식적인 심장 검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검사 방법이나 점검 항목도 구단마다 제각각이어서 메디컬테스트의 효용성도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뿐만 아니라,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당시 현장에 있던 축구팬들의 목격담에 의하면 사고 직후에 이루어진 응급조치에도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목격자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현장에는 두 명의 응급요원들이 있었지만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아 정작 기도 확보 등의 응급조치를 취한 것은 상대방 소속팀 선수였고, CPR을 계속하여도 호흡이 돌아오지 않던 상황에서 AED가 구비되어 있지 않았으며, 대기 중이던 구급차에는 운전기사가 부재중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보도에 의하면 구급차가 출발하기까지만 해도 최소한 10분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하여 구단 측의 발표와는 다른 사실관계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본다면 이번 사고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였지만 막을 수 없었던” 천재지변에 가까운 사고였다고는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사고를 미리 예방하고 현장에서 더 빠른 응급조치가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있어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평소에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는 이상 항상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의 빈틈이 생기기 마련다.
이러한 빈틈을 메워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규칙과 법규일 것이다. 평소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행동이라도, 그것이 법이나 규칙으로 의무화 되어 있다면 지킬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이번 신 선수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가 혹은 연맹 차원에서 선수들에 대한 정기적인 심장 검진을 의무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매년 심전도 검사와 운동부하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체계적인 검사를 프로선수들에게도 의무화하여 미리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다음으로 현장의 응급의료 시스템을 재차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 AED를 이용한 제세동 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경기장 등에 AED 구비를 의무화 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제 기능을 다하기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아무리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현장의 응급의료 시스템은 아직도 나아갈 길이 먼 것이다. 따라서 현장에 배치해야 할 의료 인력이나 장비의 수준 등을 보다 체계화하는 정비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판들에게 CPR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하였는데, 유명무실한 일회성 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한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이 또한 유의미한 변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신 선수의 사고는 너무나도 비극적이지만,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비교적 명확하다고 할 수 있는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스스로를 돌아본다면 스포츠 의료가 한층 성숙해지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신 선수의 천진난만한 쿵푸 세레머니를 하루라도 빨리 다시 볼 수 있기를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