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접고 교도소로 간 외과의사

장종원
발행날짜: 2011-07-11 06:35:32
  • 우리 동네 의사② 이희봉 의무과장 '특채 1기'

'교도소 의사'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워낙 수가 적기도 하지만 시설 특성상 외부와 교류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도소 의사'는 엄연히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

서울 남부교도소 이희봉 의무과장(57)도 이런 '교도소 의사' 중 한명이다. 더구나 의사들이 교도소라는 공간에서 오래 적응하기 힘들다는 속설을 깨고 10여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최고참 의사다.

그도 한때는 개원의였다. 전국민 의료보험 시대가 열린 1990년 군의관으로 전역하자마자 개원 했고 대략 10년 동안 개원의 생활을 했다.

하지만 이희봉 의무과장에게는 '교도소 의사'가 필연이자 숙명이었다.

그가 공직에 도전하게 된 것은 1998년. 개원 9년차이자 나이로도 40대 중반인 44살 때였다. 공직에 뜻을 두고 과감히 개원을 포기했다.

당시 수용시설의 의료문제가 인권차원에서 사회적 이슈가 됐고, 결국 법무부가 제1회 의무관 특별채용에 나선 것이 이희봉 과장에게 기회가 됐다.

"45살이 넘으면 공직에서 안 받아줄 것 같아 한 살이라도 나이 먹기 전에 시작해보려고 했습니다. 당시 면접관이 '공무원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지원했느냐'고 물었는데, '조금 벌어 조금 먹고 살겠다'고 대답을 한 기억이 납니다."

이희봉 의무과장의 교도소 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의 하루는 오전에 재소자 방을 순회하며 진료를 하고, 오후에는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처방한다. 또 매일 새로 이송된 재소자들을 검사하는 것도 그의 업무다.

외과 전문의로서가 아니라 모든 진료과를 섭렵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그는 "재소자들은 상황이 그렇다보니 더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의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사라는 사명감만으로는 쉽지 않은 게 교도소란 곳이다. 그는 교도소를 방문하는 신부님, 목사님, 스님 등을 통해 봉사하는 마음을 배우고, 그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성경 마태복음에 보면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 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교정시설 의무관은 이 모든 역할을 다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교도소에서도 의학의 발전이 필요하다. 군 의료 발전을 위한 '군진의학'이 생겨난 것 같이 교정 의학도 발전적이고 진보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 과장은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바깥세상 의료 환경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그는 "과거 의사의 꽃은 개원이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저수가 정책과 의사 수 증가로 의료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의사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직이라는 것은 정년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역시 정년이 몇 년 후면 돌아온다.

이 과장은 "예전 개원 자리가 여전히 비어있다. 다시 개원의로 돌아갈 여지가 있다"면서 "호스피스병동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수란 무엇인가
이희봉 의무과장은 최근 '장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펴냈다. 본격적인 '장수학'에 대한 교과서다.

'장수학'의 정의를 내린 것도 이 과장이다. '장수학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노화를 늦추어서 인간 수명의 연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책에는 건강을 위해 살면서 지켜야할 상식부터 노년기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건강, 사회적 관심과 안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특히 세부 주제에 맞게 이 과장의 삶을 담은 에세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장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과거 여성 인권이 주목받으면서 여성학이 학문의 분야로 인정받았듯이, 고령화 시대에 장수학도 새로운 학문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수란 무엇인가'/이희봉 지음/가산북스 펴냄/02-3272-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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