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현지확인 불응하면 실사 엄포…끔찍하다"

발행날짜: 2011-10-31 06:30:49
  • 기획 의료기관 불만 증폭 "의사를 마치 범법자 취급"



#1 Y이비인후과 김모 원장은 자신의 가족과 직원들을 진료해준 것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 실제로 진료한 것이 맞느냐, 환자 본인부담금을 받았느냐며 꼬투리를 잡았다. 이어 공단 직원은 현지조사를 받으면 부당청구액의 5배를 물어야 한다며 환수 조치에 응할 것을 강요했다. 그는 고민에 빠졌다.

#2 L의원 이모 원장은 얼마 전 건강보험공단 현지확인을 받는 과정에서 의사로서 자존심이 상했다. 물리치료 전에 환자를 진료해 왔지만 건보공단 직원들은 진찰없이 물리치료를 한 게 아니냐면서 현지확인을 나왔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환자 수진자조회를 통해 확인했다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복지부 현지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이 원장을 압박해왔다.

이 원장은 자존심을 굽히고 싶지 않았지만 현지조사를 받는 게 끔찍해 결국 사실확인서에 사인하고 환수금을 내기로 했다.

최근 제주도 한 개원의가 공개한 녹취파일을 통해 드러난 건강보험공단 현지확인의 문제점은 의사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건보공단의 현지확인에 대한 개원의들의 거부감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위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개원의들은 건보공단의 현지확인을 부당하고, 피하고 싶은 절차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개원의들은 "건보공단은 현지조사 권한도 없으면서 마치 권한을 가진 것처럼 행사하는 게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즉, 건보공단은 현지조사 권한이 없지만 이를 빌미로 개원의들을 협박해 환수조치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개원의들이 꼽는 건보공단의 현지확인 단골 메뉴는 물리치료, 엑스레이 촬영, 만성질환 관리료, 당뇨검사 등.

개원가에서 흔히 하는 진료인 만큼 건보공단의 현지확인에 대해 자유로운 개원의는 찾기 힘들다.

앞서 언급한 Y이비인후과 김모 원장은 "현지확인은 걸면 걸리는 식이기 때문에 잘못한 게 없더라도 일단 건보공단 직원들이 나온다고 하면 긴장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실수로 잘못한 부분까지 문제삼는데 털어서 안나오는 의료기관이 있을 수 있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U내과의원 윤모 원장은 "현지확인을 나온 건보공단 직원들은 엑스레이는 누가 찍었는지, 당뇨검사는 제대로 했는지 등 무작정 찔러보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 역시 "의사의 실수를 바로 잡아 고쳐주고 착오를 줄이려고 하기 보다는 이를 통해 환수조치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솔직히 급하게 키보드를 누르다보면 일부 착오가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강압적으로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얼마 전 현지확인을 받은 이모 원장은 "현지확인은 불쾌한 정도가 아니라 공포"라면서 "지금까지 무리없이 진료해온 게 어느날 갑자기 범죄행위인 것처럼 치부되니 진료하면서도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또한 최근 건보공단의 실적위주의 수진자조회도 문제다.

건보공단은 현지확인에 앞서 의료기관의 허위청구 증거를 확보하고자 수진자조회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부당청구기관 건수를 올리기 위해 실적위주로 수진자조회를 진행한다는 게 개원의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경기도 한 개원의가 건보공단 직원과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실상이 드러났다.

녹취록에는 "위에서 책임지고 5곳의 부정청구가 의심되는 곳을 제출하라고 해서 환자에게 수백통의 전화를 걸고 있다"는 건보공단 직원의 하소연이 담겼다.

이 개원의는 지난 2010년 80세 친모를 진료한 부분에 대해서도 수진자조회를 통해 180만원의 환수조치를 당한 바 있다.

결국 그는 건보공단의 실적쌓기식 수진자조회가 도를 넘어섰다면서 의사협회에 대책마련을 요청했다.

수진자조회에 대한 개원의들의 불만은 예상보다 거세다. 오랜시간 어렵게 쌓아온 환자와의 라포르를 무너뜨린다는 게 그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심각성을 느끼고 건보공단 현지확인 대처법을 내놨다.

대처법에는 건보공단이 요구하는 모든 자료에 응할 필요가 없으며 친인척 진료에 대해 자료를 요구할 땐 가족명단을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 묻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개협 관계자는 "건보공단 산하의 각 지사에서 실시하는 현지확인은 그 절차나 방법 등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건보공단 직원이 마치 현지조사권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 관계자는 "건보공단의 부당한 현지확인 민원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제주도 A원장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복지부 현지조사를 빌미로 협박해 사실확인서에 사인하도록 하는 식은 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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