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병상 미만 병원 3곳만 신청…"40% 넘겨야 무게 실려"
|초점|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출범 1년
"손 세정제가 몇개 있는가?"(의료기관평가 질문)
"손 세정제가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는가?"(의료기관평가인증제 질문)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과거 의료기관평가는 병원의 시설, 인력 등 하드웨어적인 면에 집중해 정량화된 기준만 통과하면 됐다.
반면, 의료기관평가인증제(이하 인증제)는 환자 안전 및 병원 질관리를 위해 병원 전직원이 규정, 지침을 따라야 하고 이를 조사위원들이 평가한다. 인증제는 작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만들고 올해 초 서울대병원이 1호로 지정되면서 본격 실시되고 있다.
인증 전담기구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출범 1주년을 맞아 1일 기념식을 가졌다.
인증원은 우리나라 병원급 의료기관 2679개가 모두 평가를 받도록 해 우리나라 의료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2011년 10월 현재 98개의 병원이 인증평가 신청을 해 70개 병원이 인증을 받았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인증평가를 꼭 받아야 하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 병원평가 경험이 있었던 대형 병원들은 인증평가를 서둘러 받기 시작했다. 인증원이 문을 연지 8개월만에 44개의 상급종합병원이 모두 인증을 획득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터져나왔다. 인증원 개소 1주년 기념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인증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평가를 받는 병원들이 평가기간만 어떻게든 넘겨보려는 꼼수를 쓰고 있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이 인증평가 때문에 더 힘들고 결국 업무능률도 떨어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인증평가 기간만을 어떻게든 넘기고 다시 예전의 병원 상태로 원상복귀 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인증기구를 둔 국가라면 어디든 갖고 있는 문제점이다.
인증원 측은 "인증제는 준비기간이 짧을수록, 경영진이 인증제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수록 직원과의 소통을 통한 방식으로 인증준비가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 이에따라 직원의 부정적 인식과 반발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1년밖에 안된 상황에서 병원들은 간신히 질평가 필요성을 이해하고 인프라를 구축해가는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반짝 평가에 대한 부작용을 평하기엔 이르다"며 "자체적으로 우리나라는 질평가 기전을 만들어 기관별로 유지목표를 세워 관리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중소병원 참여율 끌어올리는 것이 큰 과제"
인증원의 목표는 의료기관평가 경험이 있는 대형병원들이 아니다.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의 참여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앞으로 해나아가야 할 과제다.
실제로 300병상 미만 병원은 70개 중 혜인의료재단 한국병원, 현대유비스병원, 한길안과병원 등 3개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인센티브 등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인증받은 병원에게 보건복지부가 지정을 알리는 현판만이 제공되고 있다.
한 지방 종합병원 원장은 "인증병원이 몇개만 있으면 인증을 받은 의미가 없다. 전체의 30~40%는 있어야 파급효과가 커질 것"이라며 "인증 받은데만 수가를 인상하는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중소병원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잘 되는 집은 반찬도 더 좋다. 선순환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보편화된 의료평가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인증원은 인센티브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희 정책개발실장(이화여대 예방의학과)은 "2주기부터 인증을 받은 기관에 수가 반영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고민중에 있다"며 "인증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증원은 또 중소병원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홈페이지에 중소병원 규정집을 게시했고, 4곳을 시범조사해 중소병원 인증 기준을 변경했다.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은 '중소'(병원급) 기준을 적용 받도록 한 것.
이 실장은 "의료기관평가를 받은 적이 없는 병원들은 평가에 대한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 병원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본적인 부분을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했다"며 "단계적으로 병원 수준에 맞는 기준을 맞춰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증평가제도가 앞선 나라들은 최소 10~20년, 미국 JCI는 100년이 됐다. 시간이 가면서 평가돼야 할 부분들이 너무 빨리 지적되고 있는 면도 있다. 소비자 반응은 1주기 안에 결정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증원은 국제인증기구(ISQua)의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내년 3월 이전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도 이 기구의 인증을 획득한 기관이다.
"손 세정제가 몇개 있는가?"(의료기관평가 질문)
"손 세정제가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는가?"(의료기관평가인증제 질문)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과거 의료기관평가는 병원의 시설, 인력 등 하드웨어적인 면에 집중해 정량화된 기준만 통과하면 됐다.
반면, 의료기관평가인증제(이하 인증제)는 환자 안전 및 병원 질관리를 위해 병원 전직원이 규정, 지침을 따라야 하고 이를 조사위원들이 평가한다. 인증제는 작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만들고 올해 초 서울대병원이 1호로 지정되면서 본격 실시되고 있다.
인증 전담기구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출범 1주년을 맞아 1일 기념식을 가졌다.
인증원은 우리나라 병원급 의료기관 2679개가 모두 평가를 받도록 해 우리나라 의료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2011년 10월 현재 98개의 병원이 인증평가 신청을 해 70개 병원이 인증을 받았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인증평가를 꼭 받아야 하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 병원평가 경험이 있었던 대형 병원들은 인증평가를 서둘러 받기 시작했다. 인증원이 문을 연지 8개월만에 44개의 상급종합병원이 모두 인증을 획득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터져나왔다. 인증원 개소 1주년 기념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인증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평가를 받는 병원들이 평가기간만 어떻게든 넘겨보려는 꼼수를 쓰고 있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이 인증평가 때문에 더 힘들고 결국 업무능률도 떨어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인증평가 기간만을 어떻게든 넘기고 다시 예전의 병원 상태로 원상복귀 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인증기구를 둔 국가라면 어디든 갖고 있는 문제점이다.
인증원 측은 "인증제는 준비기간이 짧을수록, 경영진이 인증제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수록 직원과의 소통을 통한 방식으로 인증준비가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 이에따라 직원의 부정적 인식과 반발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1년밖에 안된 상황에서 병원들은 간신히 질평가 필요성을 이해하고 인프라를 구축해가는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반짝 평가에 대한 부작용을 평하기엔 이르다"며 "자체적으로 우리나라는 질평가 기전을 만들어 기관별로 유지목표를 세워 관리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중소병원 참여율 끌어올리는 것이 큰 과제"
인증원의 목표는 의료기관평가 경험이 있는 대형병원들이 아니다.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의 참여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앞으로 해나아가야 할 과제다.
실제로 300병상 미만 병원은 70개 중 혜인의료재단 한국병원, 현대유비스병원, 한길안과병원 등 3개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인센티브 등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인증받은 병원에게 보건복지부가 지정을 알리는 현판만이 제공되고 있다.
한 지방 종합병원 원장은 "인증병원이 몇개만 있으면 인증을 받은 의미가 없다. 전체의 30~40%는 있어야 파급효과가 커질 것"이라며 "인증 받은데만 수가를 인상하는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중소병원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잘 되는 집은 반찬도 더 좋다. 선순환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보편화된 의료평가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인증원은 인센티브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희 정책개발실장(이화여대 예방의학과)은 "2주기부터 인증을 받은 기관에 수가 반영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고민중에 있다"며 "인증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증원은 또 중소병원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홈페이지에 중소병원 규정집을 게시했고, 4곳을 시범조사해 중소병원 인증 기준을 변경했다.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은 '중소'(병원급) 기준을 적용 받도록 한 것.
이 실장은 "의료기관평가를 받은 적이 없는 병원들은 평가에 대한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 병원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본적인 부분을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했다"며 "단계적으로 병원 수준에 맞는 기준을 맞춰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증평가제도가 앞선 나라들은 최소 10~20년, 미국 JCI는 100년이 됐다. 시간이 가면서 평가돼야 할 부분들이 너무 빨리 지적되고 있는 면도 있다. 소비자 반응은 1주기 안에 결정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증원은 국제인증기구(ISQua)의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내년 3월 이전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도 이 기구의 인증을 획득한 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