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의대생-선배 의사 술자리토크 "왕도는 없어요"
글로벌 시대 의대생들의 스트레스 1순위는 성적이다. 최고 1000만원까지 육박하는 등록금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과를 가장 선호하고, 흉부외과나 비뇨기과는 외면한다. 20대 답게 연애를 꿈꾼다.
작년 12월 23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송파구의 한 음식점. 메디칼타임즈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는 G세대 의대생 3명과 7080세대의 선배의사를 초청해 세대공감을 위한 술자리를 마련했다.
그 주인공은 울산의대 본과 3학년 최성욱씨와 울산의대 본과 2학년 한중원씨, 중앙대 의대 본과 1학년 문정민씨, 김용범 참사랑내과의원장이다.
#1. 과거나 현재나 의대생 스트레스 1순위는 '성적'
최성욱(이하 최): 요즘 의대생들은 대인관계를 대학생활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현재 가장 신경쓰는 건 성적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어쩔 수 없는건가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요?
김용범(이하 김):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국이나 미국이나 의대 다니면서 성적에 신경을 제일 많이 쓰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되죠. 실제로 학교 성적, 등수는 의사생활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학생 때는 당장 공부하는 것 외에는 할 게 없으니까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당시 10등을 하든 50등, 100등을 하든 10년 뒤 의사 생활을 하는 것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것을 꼭 말하고 싶어요. 내게 맞는 분야에 가서 역할을 다하고 살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최: 성적이 앞으로 자신이 어떤 과를 전공할 것인가와 연결되는 것도 스트레스죠. 우리나라는 수가가 낮다보니 학생들도 트렌드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문정민(이하 문): 병원을 들어가는데 필요한 자격 요건 중 내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성적 밖에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큰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바꿀 순 없잖아요. (일동 웃음)
김: 내가 하고싶은 과가 있는데 성적 때문에, 본교에 남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다른 과를 선택하면 안돼요.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
본교에 남으려고 재수하고, 지망과가 안되니까 더 낮은 과를 선택하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2. 부담되는 등록금, 의대생들은 모두 잘 사는 집 자식?
김: 내가 연세의대에 다닐 때는 등록금이 100만원 조금 넘었나? 당시 버스 회수권이 10원 아니면 20원이었어요. 그때도 의대 학비가 다른 과보다 비싸서 부모님 허리가 휘었어요. 버스요금이 지금 900원이면 과거보다 10배 오른 것이예요. 그런 점에서 학비는 덜 오른 거라고 할 수 있죠.
한중원(이하 한): 의대생이 다른 과 학생과 비교했을 때 등록금에 대한 고민을 평균적으로 덜하는 것 같아요. 학비가 더 비싸기는 한데 가정 환경 자체가 유복한 경우가 많더라구요.
김: 대부분 대학이나 과를 선택할 때 자기 가정환경을 보고 선택하지 않겠어요? 의대 들어간다고 하면 부모가 어떻게든 학비를 마련해 주려고 하겠죠. 하지만 아무래도 의대는 학비 때문이라도 유복한 학생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지.
한: 다른과는 졸업해서 곧장 돈을 벌 수 있다 없다가 불확실하니까 등록금을 무작정 부모님한테 손을 벌리기가 힘든면도 있더라구요.
김: 맞아요. 첫 수입을 얻는 게 의사들이 빠르죠. 당시는 융자같은 것도 할 수 없었죠. 등록금을 충당하려고 지금의 근로장학생 같은 걸 하는 학생들은 있었습니다.
#3. 의사커플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김: 병원에 학생들이 수업 차 나오면 여학생들에게 CC가 있냐고 제일 먼저 물어봅니다. 여자든 남자든 자신 일의 성격을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은 배우자가 의사인 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한: 남편이 의사면 부인이 내조를 해줄 수 있으면 좋다고 하던데…
김: 그건 옛날 사고방식이죠. 뭘 하든지 간에 여성도 자기 재능이 있고 뭔가를 해야 합니다. 애를 키울 동안 아빠는 만날 새가 없으니까 아내가 서포트를 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따뜻한 밥 얻어먹을 생각 하지 말고 나가서 따뜻한 밥 사먹을 생각하면 됩니다.(웃음)
김 원장은 아직 연애를 꿈꿀 학생들에게 의사 부부의 좋은점을 전파하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 중 더 똑똑한 사람은 학교에 남아 연구활동을 하고, 다른 한사람은 로컬 생활을 하면서 도와줄 수 있는 장점도 알려줬다.
#4. 공부는 적당히, 자기계발은 열심히!
김: 지금 돌이켜보면 학생 때 운동에 너무 관심이 없어서 하나도 배우지 못한 게 가장 아쉽습니다. 요즘은 학생들과 교수가 함께 대화를 하고 여가를 즐기는 프로그램도 있지 않나요?
문: 네, 뮤지컬을 다 같이 보러가기도 하고, 술을 싸들고 등산 가는 동아리도 있어요.
김: 나는 술이 있는 등산이 더 좋을 것 같은데? 뮤지컬은 애인하고 가야지.(일동 웃음) 공부는 평생 동안 자기 스스로 해야 하는 겁니다. 학생 때 배운 지식이 절대 평생 가는게 아니예요. 족보를 보고 시험만 잘 보면 돼요. 그러니까 3번 볼 것을 6번 보고 앉아 있지 말고 나머지 3번은 친구 만나고, 영어 공부하고, 다른 과 사람 만나는데 시간을 투자하세요. 낙제만 안하면 돼요.
한: 지금은 놀아도 될 것 같은데요. 하하하!
네 사람의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이브 새벽까지 이어졌다. 주제도 의대생 생활에서부터 의료계 전반의 문제까지 폭 넓었다. 김용범 원장은 자리를 마무리 하며 학생들에게 "왕도는 없다. 지침서도 없다. 열심히 하는 것이 답이다"고 조언했다.
작년 12월 23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송파구의 한 음식점. 메디칼타임즈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는 G세대 의대생 3명과 7080세대의 선배의사를 초청해 세대공감을 위한 술자리를 마련했다.
그 주인공은 울산의대 본과 3학년 최성욱씨와 울산의대 본과 2학년 한중원씨, 중앙대 의대 본과 1학년 문정민씨, 김용범 참사랑내과의원장이다.
#1. 과거나 현재나 의대생 스트레스 1순위는 '성적'
최성욱(이하 최): 요즘 의대생들은 대인관계를 대학생활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현재 가장 신경쓰는 건 성적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어쩔 수 없는건가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요?
김용범(이하 김):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국이나 미국이나 의대 다니면서 성적에 신경을 제일 많이 쓰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되죠. 실제로 학교 성적, 등수는 의사생활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학생 때는 당장 공부하는 것 외에는 할 게 없으니까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당시 10등을 하든 50등, 100등을 하든 10년 뒤 의사 생활을 하는 것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것을 꼭 말하고 싶어요. 내게 맞는 분야에 가서 역할을 다하고 살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최: 성적이 앞으로 자신이 어떤 과를 전공할 것인가와 연결되는 것도 스트레스죠. 우리나라는 수가가 낮다보니 학생들도 트렌드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문정민(이하 문): 병원을 들어가는데 필요한 자격 요건 중 내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성적 밖에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큰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바꿀 순 없잖아요. (일동 웃음)
김: 내가 하고싶은 과가 있는데 성적 때문에, 본교에 남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다른 과를 선택하면 안돼요.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
본교에 남으려고 재수하고, 지망과가 안되니까 더 낮은 과를 선택하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2. 부담되는 등록금, 의대생들은 모두 잘 사는 집 자식?
김: 내가 연세의대에 다닐 때는 등록금이 100만원 조금 넘었나? 당시 버스 회수권이 10원 아니면 20원이었어요. 그때도 의대 학비가 다른 과보다 비싸서 부모님 허리가 휘었어요. 버스요금이 지금 900원이면 과거보다 10배 오른 것이예요. 그런 점에서 학비는 덜 오른 거라고 할 수 있죠.
한중원(이하 한): 의대생이 다른 과 학생과 비교했을 때 등록금에 대한 고민을 평균적으로 덜하는 것 같아요. 학비가 더 비싸기는 한데 가정 환경 자체가 유복한 경우가 많더라구요.
김: 대부분 대학이나 과를 선택할 때 자기 가정환경을 보고 선택하지 않겠어요? 의대 들어간다고 하면 부모가 어떻게든 학비를 마련해 주려고 하겠죠. 하지만 아무래도 의대는 학비 때문이라도 유복한 학생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지.
한: 다른과는 졸업해서 곧장 돈을 벌 수 있다 없다가 불확실하니까 등록금을 무작정 부모님한테 손을 벌리기가 힘든면도 있더라구요.
김: 맞아요. 첫 수입을 얻는 게 의사들이 빠르죠. 당시는 융자같은 것도 할 수 없었죠. 등록금을 충당하려고 지금의 근로장학생 같은 걸 하는 학생들은 있었습니다.
#3. 의사커플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김: 병원에 학생들이 수업 차 나오면 여학생들에게 CC가 있냐고 제일 먼저 물어봅니다. 여자든 남자든 자신 일의 성격을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은 배우자가 의사인 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한: 남편이 의사면 부인이 내조를 해줄 수 있으면 좋다고 하던데…
김: 그건 옛날 사고방식이죠. 뭘 하든지 간에 여성도 자기 재능이 있고 뭔가를 해야 합니다. 애를 키울 동안 아빠는 만날 새가 없으니까 아내가 서포트를 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따뜻한 밥 얻어먹을 생각 하지 말고 나가서 따뜻한 밥 사먹을 생각하면 됩니다.(웃음)
김 원장은 아직 연애를 꿈꿀 학생들에게 의사 부부의 좋은점을 전파하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 중 더 똑똑한 사람은 학교에 남아 연구활동을 하고, 다른 한사람은 로컬 생활을 하면서 도와줄 수 있는 장점도 알려줬다.
#4. 공부는 적당히, 자기계발은 열심히!
김: 지금 돌이켜보면 학생 때 운동에 너무 관심이 없어서 하나도 배우지 못한 게 가장 아쉽습니다. 요즘은 학생들과 교수가 함께 대화를 하고 여가를 즐기는 프로그램도 있지 않나요?
문: 네, 뮤지컬을 다 같이 보러가기도 하고, 술을 싸들고 등산 가는 동아리도 있어요.
김: 나는 술이 있는 등산이 더 좋을 것 같은데? 뮤지컬은 애인하고 가야지.(일동 웃음) 공부는 평생 동안 자기 스스로 해야 하는 겁니다. 학생 때 배운 지식이 절대 평생 가는게 아니예요. 족보를 보고 시험만 잘 보면 돼요. 그러니까 3번 볼 것을 6번 보고 앉아 있지 말고 나머지 3번은 친구 만나고, 영어 공부하고, 다른 과 사람 만나는데 시간을 투자하세요. 낙제만 안하면 돼요.
한: 지금은 놀아도 될 것 같은데요. 하하하!
네 사람의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이브 새벽까지 이어졌다. 주제도 의대생 생활에서부터 의료계 전반의 문제까지 폭 넓었다. 김용범 원장은 자리를 마무리 하며 학생들에게 "왕도는 없다. 지침서도 없다. 열심히 하는 것이 답이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