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삼성에는 있지만 서울대·세브란스에 없는 것

발행날짜: 2012-03-06 06:45:57
  • 수석졸업생 일부 수련병원 쏠림 뚜렷 "공정경쟁이 관건"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열린 기회와 처우를 바탕으로 우수 자원들을 대거 흡수하면서 명문 수련병원의 세대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반면 과거 전통 명문이었던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의료원의 위상이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아산·삼성 신흥 명문 부상…수련병원 지각 변동

A대병원 교육수련부장은 5일 "사실 과거 지방의 우수 자원들은 모교에 남지 않으면 서울대병원에서 수련을 받기를 원했다"며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생기면서 이들의 노선이 완전하게 변했다"며 "기회의 땅이 마련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메디칼타임즈가 전국 의대, 의전원 수석졸업자들의 진로를 조사한 이래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햐는 의대생들은 늘어만 가는 추세다.

지난 2009년만 해도 서울아산병원을 택한 수석졸업자는 10명, 삼성서울병원을 지원한 수석은 8명이었다.

하지만 2012년에는 무려 13명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을 시작했고 11명은 삼성서울병원을 택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의료원 등 명문 정통 강호들을 찾는 수석졸업자들은 점점 더 줄어만 가고 있다.

2009년 가톨릭의료원은 6명, 서울대병원은 4명의 수석졸업자를 확보했지만 올해에는 각각 1명, 3명으로 줄었다. 세브란스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련병원간 위상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

수련병원 선택 기준 뚜렷…"공정하게 경쟁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과연 아산, 삼성에는 있고 서울대, 세브란스병원에는 없는 것이 무엇일까.

대다수 수련 관계자들은 인턴 수급의 구조적 차이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느냐가 판세를 가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 지원하는 우수 자원들은 열려 있는 기회에 주목한다.

실력에 따라 대우받고 교수자리까지 노릴 수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의 인턴 정원은 110명에 달하지만 한해 졸업생은 40명 남짓이다. 70명을 타 의대 출신으로 채워야 하는 만큼 순혈주의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서울아산병원도 마찬가지 이유로 인기가 높다. 145명의 정원 중 본교 출신이 차지하는 인원은 4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의료원 등 순혈주의가 강한 수련병원에서 기회조차 잡지 못할 바에는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에서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계산인 것.

삼성서울병원 심종섭 교육수련부장은 "누구나 실력만 있다면 기회가 열려있다는 점이 의대생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것 같다"며 "특히 실제로도 그러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 입소문이 나면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서울아산병원 김재중 교육연구부장도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중 울산의대 출신은 30% 미만"이라며 "우수한 인재들이 마음껏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의료원 등 전통 명문 수련병원들은 이러한 기회가 주어지기 힘들다.

본교 출신 국시합격자가 많게는 180명에 육박하지만 인턴 정원은 200명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20여명 내외의 타교 출신 인턴들은 이방인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해 수련을 받으면서도 타교 출신 인턴들은 정보와 문화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한계로 결국 수련병원에 남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은 물론이다.

점점 더 순혈주의가 고착화되며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수련 프로그램이 아산·삼성에 비해 떨어진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며 "다만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뒤늦게 시작된 변화의 물결…순혈 깨기 안간힘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자 이들 병원들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이 인턴 선발 전형 기준을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올해 인턴을 선발하면서 국시 점수와 내신 비중을 크게 높였다. 이로 인해 연세의대 졸업자 132명 중 40여명이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세브란스병원 모 교수는 "인턴 모집 결과 본교생 합격률이 70%에 불과했다"며 "반면 타교생 합격률은 90%가 넘었다"고 전했다.

순혈주의를 깨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시작된 것이다.

가톨릭의료원도 의무부총장은 물론, 병원장, 주임교수까지 모두 공개모집을 실시하며 순혈 타파에 나서고 있다. 위에서부터 바꿔 나가겠다는 의지다.

가톨릭의료원 관계자는 "보직자는 물론, 교수들의 풀이 다양해지면 인턴, 레지던트 순혈은 자연스레 풀린다"며 "당장 뚜렷한 성과를 내기는 힘들겠지만 차근차근 노력하다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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