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요양병원, 어르신 존엄성 회복 모델…"재활 중요하다"
"처음 탈기저귀운동을 할 때만 해도 돈 몇 푼 아끼려고 그러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울산 소망요양병원(원장 손덕현)은 지난해부터 탈기저귀를 선언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상당수는 배변과 배뇨를 스스로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기저귀를 채우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로 인해 노인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수치심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손덕현(50) 원장이 탈기저귀운동을 시작한 것도 이런 노인들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탈기저귀운동은 말처럼 쉬운 게 결코 아니다. 병원 간호사, 간병인들이 희생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노인들의 배뇨, 배변 시간을 체크하고 화장실까지 부축해야 하며, 꾸준히 배뇨, 배변 훈련을 시켜야 한다.
어떻게 보면 성가신 일로 치부할 수도 있다.
손 원장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요양병원을 비교해 보면 진료적인 면에서는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우리가 절대 따라갈 수 없는 게 노인의료에 대한 철학"이라고 환기시켰다.
그 만큼 일본은 노인들의 존엄성을 최우선에 두고 진료에 임한다는 것이다.
노인의 존엄성 회복을 위한 소망요양병원의 도전은 탈기저귀운동만이 아니다. '욕창 제로' '억제대 폐지' '낙상 제로' 등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손 원장은 "이런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원 모두가 인식을 바꾸고, 의미를 공유해야 한다"면서 "지난해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일부 거부감도 있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난관도 적지 않았다.
"돈 몇 푼 아끼려고 이러느냐" "소망병원은 환자들에게 좋은 병원이지만 직원은 힘든 병원이다"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일부 간호사들은 사표를 던지고 나갔다.
구인난이 심각한 지방 요양병원에서 이런 운동 자체가 무모한 것일 수도 있지만 손 원장의 뚝심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은 봉직의 선생들이 자발적으로 욕창 제로팀, 배뇨팀을 만들어 노인 존엄성 회복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손 원장 입장에서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또 소망요양병원은 다른 요양병원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간호사 아카데미라는 게 있다. 소망요양병원 간호사들은 6주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중간 간부가 된다.
손 원장은 "중간 간부에게 걸맞는 철학과 역량,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유명 강사 초청 강의를 포함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능력과 경력이 있어도 아카데미를 거치지 않으면 승진 대상에서 탈락한다. 경력직 간호사로 입사했다 하더라도 계급장을 떼고 이 과정을 거쳐야 할 정도로 예외란 없다.
간호사 아카데미를 시행한 결과 조직력과 주인의식이 크게 높아졌다. '우리 병원은 아무나 채용하지 않는다'는 긍지와 자부심도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소망요양병원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의료진과 여러 직종간 커뮤니케이션.
소망요양병원 의사와 간호인력, 재활치료실장, 영양사, 상담팀, 사회복지사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 진료통합 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환자의 영양 상태, 간호 문제, 재활치료 방향 등을 논의한다.
이런 진료통합 회의는 이상적인 진료모델이지만 대학병원들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시스템이다. 병원장의 소신과 내부 소통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다.
소망요양병원은 2005년 3월 80병상으로 개원해 지금은 247병상으로 성장했다.
손 원장은 소망요양병원을 개원하기 이전 부산 구서동에서 7년간 내과의원을 운영했다. 하루 외래환자가 300명에 달할 정도로 잘 나가는 원장이었다.
그러던 중 버림받는 노인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노인의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제대로 된 요양병원을 만들어 보자는 결심을 굳혔다.
전혀 외부의 도움 없이 대출을 받아 소망요양병원을 개원한 후 손 원장은 1년 6개월을 꼬박 병원 진료실에서 생활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런데 IMF 사태가 터졌다. 그 다음해에는 요양병원 일당정액수가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잇따라 시행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진료수입이 급감했고, 요양병원과 요양시설간 기능 혼재로 인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그러나 환자들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2005년 요양병원을 개원하자 그가 동네의원을 개업했던 부산지역에서 찾아온 환자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손 원장에게 진료 받기 위해 부산 구서동에서 한 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오는 찾아온 노인환자들도 한 둘이 아니었다.
손 원장이 그만큼 최선을 다해 진료해 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도 손 원장은 매일 새벽 회진을 돌면서 일일이 노인환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눈높이를 맞추고, 따뜻한 말을 건넨다. 긍정의 힘,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손 원장의 회진 철학이다.
손 원장은 "노인의료에서 좋은 약을 처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에게 퇴원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 동기 부여가 된다"면서 "어르신들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소망요양병원은 재활중심이다. 이 때문에 재활의학과 전문의 2명에 물리치료사 23명, 작업치료사 19명, 언어치료사 1명이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손덕현 원장은 "요양병원은 인생을 마감하는 곳이 아니라 적극적인 재활을 통해 가정으로 복귀하고 그 곳에서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내일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단언했다. 소망요양병원이 재활중심을 표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어 그는 "이제 한국 노인의료의 모델을 만들어가야 할 때"라면서 "요양병원이 어르신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장애가 있지만 자립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울산 소망요양병원(원장 손덕현)은 지난해부터 탈기저귀를 선언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상당수는 배변과 배뇨를 스스로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기저귀를 채우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로 인해 노인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수치심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손덕현(50) 원장이 탈기저귀운동을 시작한 것도 이런 노인들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탈기저귀운동은 말처럼 쉬운 게 결코 아니다. 병원 간호사, 간병인들이 희생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노인들의 배뇨, 배변 시간을 체크하고 화장실까지 부축해야 하며, 꾸준히 배뇨, 배변 훈련을 시켜야 한다.
어떻게 보면 성가신 일로 치부할 수도 있다.
손 원장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요양병원을 비교해 보면 진료적인 면에서는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우리가 절대 따라갈 수 없는 게 노인의료에 대한 철학"이라고 환기시켰다.
그 만큼 일본은 노인들의 존엄성을 최우선에 두고 진료에 임한다는 것이다.
노인의 존엄성 회복을 위한 소망요양병원의 도전은 탈기저귀운동만이 아니다. '욕창 제로' '억제대 폐지' '낙상 제로' 등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손 원장은 "이런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원 모두가 인식을 바꾸고, 의미를 공유해야 한다"면서 "지난해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일부 거부감도 있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난관도 적지 않았다.
"돈 몇 푼 아끼려고 이러느냐" "소망병원은 환자들에게 좋은 병원이지만 직원은 힘든 병원이다"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일부 간호사들은 사표를 던지고 나갔다.
구인난이 심각한 지방 요양병원에서 이런 운동 자체가 무모한 것일 수도 있지만 손 원장의 뚝심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은 봉직의 선생들이 자발적으로 욕창 제로팀, 배뇨팀을 만들어 노인 존엄성 회복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손 원장 입장에서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또 소망요양병원은 다른 요양병원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간호사 아카데미라는 게 있다. 소망요양병원 간호사들은 6주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중간 간부가 된다.
손 원장은 "중간 간부에게 걸맞는 철학과 역량,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유명 강사 초청 강의를 포함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능력과 경력이 있어도 아카데미를 거치지 않으면 승진 대상에서 탈락한다. 경력직 간호사로 입사했다 하더라도 계급장을 떼고 이 과정을 거쳐야 할 정도로 예외란 없다.
간호사 아카데미를 시행한 결과 조직력과 주인의식이 크게 높아졌다. '우리 병원은 아무나 채용하지 않는다'는 긍지와 자부심도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소망요양병원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의료진과 여러 직종간 커뮤니케이션.
소망요양병원 의사와 간호인력, 재활치료실장, 영양사, 상담팀, 사회복지사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 진료통합 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환자의 영양 상태, 간호 문제, 재활치료 방향 등을 논의한다.
이런 진료통합 회의는 이상적인 진료모델이지만 대학병원들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시스템이다. 병원장의 소신과 내부 소통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다.
소망요양병원은 2005년 3월 80병상으로 개원해 지금은 247병상으로 성장했다.
손 원장은 소망요양병원을 개원하기 이전 부산 구서동에서 7년간 내과의원을 운영했다. 하루 외래환자가 300명에 달할 정도로 잘 나가는 원장이었다.
그러던 중 버림받는 노인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노인의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제대로 된 요양병원을 만들어 보자는 결심을 굳혔다.
전혀 외부의 도움 없이 대출을 받아 소망요양병원을 개원한 후 손 원장은 1년 6개월을 꼬박 병원 진료실에서 생활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런데 IMF 사태가 터졌다. 그 다음해에는 요양병원 일당정액수가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잇따라 시행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진료수입이 급감했고, 요양병원과 요양시설간 기능 혼재로 인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그러나 환자들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2005년 요양병원을 개원하자 그가 동네의원을 개업했던 부산지역에서 찾아온 환자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손 원장에게 진료 받기 위해 부산 구서동에서 한 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오는 찾아온 노인환자들도 한 둘이 아니었다.
손 원장이 그만큼 최선을 다해 진료해 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도 손 원장은 매일 새벽 회진을 돌면서 일일이 노인환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눈높이를 맞추고, 따뜻한 말을 건넨다. 긍정의 힘,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손 원장의 회진 철학이다.
손 원장은 "노인의료에서 좋은 약을 처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에게 퇴원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 동기 부여가 된다"면서 "어르신들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소망요양병원은 재활중심이다. 이 때문에 재활의학과 전문의 2명에 물리치료사 23명, 작업치료사 19명, 언어치료사 1명이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손덕현 원장은 "요양병원은 인생을 마감하는 곳이 아니라 적극적인 재활을 통해 가정으로 복귀하고 그 곳에서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내일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단언했다. 소망요양병원이 재활중심을 표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어 그는 "이제 한국 노인의료의 모델을 만들어가야 할 때"라면서 "요양병원이 어르신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장애가 있지만 자립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사명감 갖고 일하는 요양병원 적지 않다" |
"대부분의 요양병원은 정말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하고, 노인의료의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소망요양병원 손덕현 원장이 늘 강조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노인의료의 모델은 요양병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손 원장은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과 일당정액수가는 의료의 질 향상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이 정립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혼선으로 의료현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요양병원이 1천개를 돌파했다. 이에 대해 손 원장은 "이는 요양병원 진입을 정부가 방관하고, 정책적인 일관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손덕현 원장은 "노인의료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인들이 적지 않다"면서 "정부도 좋은 요양병원 모델을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