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공청회에서 맹공격
"의료계를 옥죄는 제도와 강제규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개선책이 나오는 게 아니고 의료계를 옥죄는 규제만 나오고 있다."
"응급의료기관이 점점 힘들어져 가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탁상공론하지 말고 현장에 와서 몸소 체험해봐야 한다."
8월부터 시행될 개정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개정안은 전공의 3년차 이상을 전문의에 갈음해 응급실 당직의로 배치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할 때는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주내용이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오후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병원장부터 전문의, 전공의 등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시행규칙안의 부당함에 대해 성토했다.
공청회는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이 더 길어질만큼 참석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질의 응답시간에는 의료계의 현실에 대한 의견이 나올 때마다 박수가 터져나왔다.
◆전공의 "근로자면서 피교육자…수련시스템 무너질 것"
전공의들은 3년차 이상 레지던트를 전문의로 갈음한다는 조항 삭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전공의의 근로 조건이 개선되고, 합당한 당직 수당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같은 주장을 담은 피켓을 들고 공청회가 시작되기 전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전협 경문배 정책이사는 "현재 전공의는 주당 100시간에 육박하는 노동을 하고 있다. 하루 15시간 이상 일을 하고 나서 당직까지 서야 하는 상황에서 환자를 잘 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전공의 신분자체는 근로자이면서도 피교육자다. 3, 4년차가 응급실에서 진료하는 것은 1, 2년차 때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한번도 응급환자를 보지 않으면 질좋은 진료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삼성서울병원 심종섭 교육수련부장(정형외과)은 트레이닝 시스템이 다 망가질 것을 우려했다.
심 부장은 "학회마다 전공의 연차별로 해야할 일이 정해져 있다. 좋은 전공의를 교육 시키지 못하면 좋은 전문의도 될 수 없다. 아주 작은 케이스를 계기로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듯한 시스템 붕괴를 갖고올 수 있다. 전공의 3년차 이상을 전문의로 갈음한다는 조항은 제외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소아과-산부인과 응급환자 특별히 많은 과"
응급환자가 특히 몰릴 수 있는 진료과의 반발도 거셌다.
대한소아과학회 유경하 기획이사는 "산술적으로 아무리 계산을 해도 실행하기 힘든 시행규칙을 해당과의 의견을 받지 않은 채 갑이 을에게 통보하는 것처럼 하는 것에 절망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시행규칙안의 부당함을 설명했다.
응급실 당직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평균 1.5~1.65명이 필요하다. 전국 응급의료센터 130여곳에서 200여명의 전문의가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올해 배출된 소아과 전문의는 187명이다. 한명도 개업하지 않고, 봉직의도 하지 않고 전국 응급의료기관으로 배치돼야 한다는 말이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정책위원장도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외래를 많이 보는 진료과다. 당직을 굉장히 힘들어 한다. 2차병원이나 지방병원은 채용자체가 안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병원 "구인이 문제…병원 자율에 맡겨달라"
병원 경영을 직접 하는 관계자들은 지방병원, 2차병원의 경영난과 구인난을 주장하며 병원 자율에 맡겨달라고 호소했다.
정용호 정책위원장은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당직전문의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면 당직 전문의를 별도 채용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응급실 당직 전담으로 근무하라고 하면 채용에 응할 의사가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현실을 말했다.
백성길 경기도병원협회장도 "정부가 지방 의료계의 실태를 파악했는지 모르겠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일수록 낮에 근무하는 전문의를 구하려고 광고를 내도 오는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안온다"고 지적했다.
백 회장은 200만원의 과태료 조항이 신설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과태료 200만원은 적은 액수가 아니다. 의료원장이 200만원도 낼 능력이 없거나 재산도 없는 경우에는 하루에 5시간씩 구류처분을 받으면서 40일간 노동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에 있었던 행정규제 사항도 적은 처벌이 아니었다. 영업정지만 당하더라도 의료기관은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벌과금 조항이 있다는 것은 그에따른 행정조치도 뒷따른다는 말이다"고 말했다.
병원도 응급의료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자율성을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심종섭 수련부장은 "현재 병원마다 수련시스템, 응급의료시스템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입장이다. 정부의 강력한 제제보다는 병원의 자율에 맡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산한국병원 고위 관계자는 "현재 오산한국병원은 응급의료기관인데 센터를 지향할 정도로 병원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전혀 무시하고 일각의 사건만 이슈화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의 성토를 들은 복지부는 TF팀을 만들어 다시 한번 자세히 논의해보겠다는 뜻을 비췄다.
복지부 허영주 응급의료과장은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작년 6월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까지 이런 논의가 있었어야 하는데 이미 법은 만들어졌다. 버스가 떠난 것과 같다. 버스를 세우고 싶으면 또다른 법률 개정이 있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걱정하고 염려하는 부분은 하위법 시행규칙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시행규칙 공청회는 개최하지 않아도 되는데 의료계에서 갖고 있는 걱정이 많다고 판단해 공청회를 마련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TF를 구성하겠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고 환기시켰다
"응급의료기관이 점점 힘들어져 가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탁상공론하지 말고 현장에 와서 몸소 체험해봐야 한다."
8월부터 시행될 개정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개정안은 전공의 3년차 이상을 전문의에 갈음해 응급실 당직의로 배치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할 때는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주내용이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오후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병원장부터 전문의, 전공의 등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시행규칙안의 부당함에 대해 성토했다.
공청회는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이 더 길어질만큼 참석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질의 응답시간에는 의료계의 현실에 대한 의견이 나올 때마다 박수가 터져나왔다.
◆전공의 "근로자면서 피교육자…수련시스템 무너질 것"
전공의들은 3년차 이상 레지던트를 전문의로 갈음한다는 조항 삭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전공의의 근로 조건이 개선되고, 합당한 당직 수당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같은 주장을 담은 피켓을 들고 공청회가 시작되기 전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전협 경문배 정책이사는 "현재 전공의는 주당 100시간에 육박하는 노동을 하고 있다. 하루 15시간 이상 일을 하고 나서 당직까지 서야 하는 상황에서 환자를 잘 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전공의 신분자체는 근로자이면서도 피교육자다. 3, 4년차가 응급실에서 진료하는 것은 1, 2년차 때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한번도 응급환자를 보지 않으면 질좋은 진료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삼성서울병원 심종섭 교육수련부장(정형외과)은 트레이닝 시스템이 다 망가질 것을 우려했다.
심 부장은 "학회마다 전공의 연차별로 해야할 일이 정해져 있다. 좋은 전공의를 교육 시키지 못하면 좋은 전문의도 될 수 없다. 아주 작은 케이스를 계기로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듯한 시스템 붕괴를 갖고올 수 있다. 전공의 3년차 이상을 전문의로 갈음한다는 조항은 제외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소아과-산부인과 응급환자 특별히 많은 과"
응급환자가 특히 몰릴 수 있는 진료과의 반발도 거셌다.
대한소아과학회 유경하 기획이사는 "산술적으로 아무리 계산을 해도 실행하기 힘든 시행규칙을 해당과의 의견을 받지 않은 채 갑이 을에게 통보하는 것처럼 하는 것에 절망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시행규칙안의 부당함을 설명했다.
응급실 당직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평균 1.5~1.65명이 필요하다. 전국 응급의료센터 130여곳에서 200여명의 전문의가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올해 배출된 소아과 전문의는 187명이다. 한명도 개업하지 않고, 봉직의도 하지 않고 전국 응급의료기관으로 배치돼야 한다는 말이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정책위원장도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외래를 많이 보는 진료과다. 당직을 굉장히 힘들어 한다. 2차병원이나 지방병원은 채용자체가 안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병원 "구인이 문제…병원 자율에 맡겨달라"
병원 경영을 직접 하는 관계자들은 지방병원, 2차병원의 경영난과 구인난을 주장하며 병원 자율에 맡겨달라고 호소했다.
정용호 정책위원장은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당직전문의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면 당직 전문의를 별도 채용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응급실 당직 전담으로 근무하라고 하면 채용에 응할 의사가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현실을 말했다.
백성길 경기도병원협회장도 "정부가 지방 의료계의 실태를 파악했는지 모르겠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일수록 낮에 근무하는 전문의를 구하려고 광고를 내도 오는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안온다"고 지적했다.
백 회장은 200만원의 과태료 조항이 신설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과태료 200만원은 적은 액수가 아니다. 의료원장이 200만원도 낼 능력이 없거나 재산도 없는 경우에는 하루에 5시간씩 구류처분을 받으면서 40일간 노동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에 있었던 행정규제 사항도 적은 처벌이 아니었다. 영업정지만 당하더라도 의료기관은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벌과금 조항이 있다는 것은 그에따른 행정조치도 뒷따른다는 말이다"고 말했다.
병원도 응급의료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자율성을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심종섭 수련부장은 "현재 병원마다 수련시스템, 응급의료시스템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입장이다. 정부의 강력한 제제보다는 병원의 자율에 맡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산한국병원 고위 관계자는 "현재 오산한국병원은 응급의료기관인데 센터를 지향할 정도로 병원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전혀 무시하고 일각의 사건만 이슈화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의 성토를 들은 복지부는 TF팀을 만들어 다시 한번 자세히 논의해보겠다는 뜻을 비췄다.
복지부 허영주 응급의료과장은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작년 6월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까지 이런 논의가 있었어야 하는데 이미 법은 만들어졌다. 버스가 떠난 것과 같다. 버스를 세우고 싶으면 또다른 법률 개정이 있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걱정하고 염려하는 부분은 하위법 시행규칙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시행규칙 공청회는 개최하지 않아도 되는데 의료계에서 갖고 있는 걱정이 많다고 판단해 공청회를 마련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TF를 구성하겠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