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젊은 의사들 도제식 잔재 거부 "절대복종 옛말"
#1.
"교수님 수술방에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A대학병원 레지던트들이 B교수의 폭언에 집단 항의했다. B교수는 평소 전공의들에게 "쓰레기같은 XX" 같은 폭언을 서슴지 않고 퍼부었다.
그러자 레지던트들은 집단으로 병원에 항의했고, B교수의 수술방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수련을 받고싶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B교수는 전공의들에게 직접 미안하다는 사과했고, 병원 윤리위원회에서 징계까지 받았다.
#2.
"교수님, 못하겠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C대학병원 레지던트 1년차 D씨는 교수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관행적으로 교수의 최종 서명이 있어야 하는 차트에 편의상 서명해 왔다. 하지만 더 이상 차트 서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D씨는 "편의상이라는 이유로 잘못된 관행이 많다. 그래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교수의 말 한마디가 곧 법으로 통하는 병원이 많다"고 말했다.
의사 사회는 대표적인 도제식교육 집단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폭력, 폭언, 상명하복, 떼문화가 당연시돼 왔다. '조폭문화'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런 의사 사회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선배든, 교수든 직접 표현하고, 할 말을 하는 문화로 진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폭행, 폭언, 술자리'…"부당하면 참지 않는다"
조폭문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전공의 폭행, 술자리 문화다. 그러나 '교수나 선배는 하느님과 동기동창이야'를 강요하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 있는 게 요즘 세태다.
술을 못마신다는 의사 표현으로 술잔을 엎어 놓는가 하면,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거절하기도 한다.
지방 J대학병원 전공의 12명은 집단으로 교수의 상습 폭행을 병원에 고발하고 업무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당시 전공의들의 주장에 따르면 모 교수는 자신의 아버지 퇴임식에 쓸 꽃다발을 늦게 사왔다는 이유로 전공의를 불러내 뺨을 때려 고막을 파열시켰다.
또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1년차 전공의를 처치실에서 2시간여 동안 머리를 박게하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수는 전공의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보직 해임 징계를 받아야 했다.
K대학병원 교수는 "과거 레지던트 때는 때리면 맞는 게 당연했다. 그 때 안 맞은 전공의가 누가 있겠느냐. 맞는 게 기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지금은 일단 손을 들기만 해도 문제가 된다. 병원 징계위원회에 익명의 투서를 하거나 해서 문제 삼는 게 요즘 전공의들이다"고 환기시켰다.
신세대 전공의들은 수련 교육에 있어서도 소신을 피력하고 있다.
S대학병원 성형외과 레지던트 4년차 E씨는 최근 수술 중 A지도교수에게 "더 이상 봉합만 하고 싶지 않다. 수술에 참여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A지도교수는 "우리 때는 교수가 하라고 하면 무조건 '네'라고 했는데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서비스 중심으로 바뀐 병원 경영 분위기도 한몫
의료기관들이 '환자 중심 경영'을 앞 다퉈 도입하면서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경영의 변화도 조폭문화를 바꾸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것이 '떼 회진'이다. 의학 드라마를 보면 가장 지위가 높은 교수가 앞장 서고 피라미드 모양으로 무리를 형성해 병동을 도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몇 명이 따르느냐는 그 의사의 '권력'을 상징했다.
하지만 S대학병원은 회진을 돌 때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이 환자들에게 위압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해서 얼마 전부터 회진 인원을 대폭 줄이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 병원은 그동안 과장을 중심으로 전공의, 인턴, 간호사까지 최대 15명까지 몰려다니며 회진을 돌았지만 인원을 4~5명으로 최소화 했다.
"변화라면 수용" "생명 다루기 때문에 수직관계 필요"
이런 독특한 병원 문화에 대해 교수들마다 생각은 엇갈렸다.
K대학병원 교수는 "조폭문화는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교수들도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S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과거에는 교수가 해외학회를 다녀오면 전공의들이 공항까지 마중을 나갈 정도로 수직관계가 심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교수들도 그런 걸 바라지도 않는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교수도 "교육 자체를 군대식, 일본식으로 받아서 상명하복이 당연한 것인줄로만 알았다. 폭력, 폭언, 부당한 일을 시키는 것, 잡일 이런 게 제일 힘들었다. 부당한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엄격한 수직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H대학병원 교수는 "의과대학이나 수련병원의 가르침은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생들도 엄중한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대학병원 교수도 "교수와 학생, 교수와 전공의는 사제관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직관계"라고 피력했다.
"교수님 수술방에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A대학병원 레지던트들이 B교수의 폭언에 집단 항의했다. B교수는 평소 전공의들에게 "쓰레기같은 XX" 같은 폭언을 서슴지 않고 퍼부었다.
그러자 레지던트들은 집단으로 병원에 항의했고, B교수의 수술방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수련을 받고싶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B교수는 전공의들에게 직접 미안하다는 사과했고, 병원 윤리위원회에서 징계까지 받았다.
#2.
"교수님, 못하겠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C대학병원 레지던트 1년차 D씨는 교수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관행적으로 교수의 최종 서명이 있어야 하는 차트에 편의상 서명해 왔다. 하지만 더 이상 차트 서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D씨는 "편의상이라는 이유로 잘못된 관행이 많다. 그래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교수의 말 한마디가 곧 법으로 통하는 병원이 많다"고 말했다.
의사 사회는 대표적인 도제식교육 집단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폭력, 폭언, 상명하복, 떼문화가 당연시돼 왔다. '조폭문화'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런 의사 사회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선배든, 교수든 직접 표현하고, 할 말을 하는 문화로 진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폭행, 폭언, 술자리'…"부당하면 참지 않는다"
조폭문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전공의 폭행, 술자리 문화다. 그러나 '교수나 선배는 하느님과 동기동창이야'를 강요하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 있는 게 요즘 세태다.
술을 못마신다는 의사 표현으로 술잔을 엎어 놓는가 하면,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거절하기도 한다.
지방 J대학병원 전공의 12명은 집단으로 교수의 상습 폭행을 병원에 고발하고 업무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당시 전공의들의 주장에 따르면 모 교수는 자신의 아버지 퇴임식에 쓸 꽃다발을 늦게 사왔다는 이유로 전공의를 불러내 뺨을 때려 고막을 파열시켰다.
또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1년차 전공의를 처치실에서 2시간여 동안 머리를 박게하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수는 전공의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보직 해임 징계를 받아야 했다.
K대학병원 교수는 "과거 레지던트 때는 때리면 맞는 게 당연했다. 그 때 안 맞은 전공의가 누가 있겠느냐. 맞는 게 기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지금은 일단 손을 들기만 해도 문제가 된다. 병원 징계위원회에 익명의 투서를 하거나 해서 문제 삼는 게 요즘 전공의들이다"고 환기시켰다.
신세대 전공의들은 수련 교육에 있어서도 소신을 피력하고 있다.
S대학병원 성형외과 레지던트 4년차 E씨는 최근 수술 중 A지도교수에게 "더 이상 봉합만 하고 싶지 않다. 수술에 참여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A지도교수는 "우리 때는 교수가 하라고 하면 무조건 '네'라고 했는데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서비스 중심으로 바뀐 병원 경영 분위기도 한몫
의료기관들이 '환자 중심 경영'을 앞 다퉈 도입하면서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경영의 변화도 조폭문화를 바꾸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것이 '떼 회진'이다. 의학 드라마를 보면 가장 지위가 높은 교수가 앞장 서고 피라미드 모양으로 무리를 형성해 병동을 도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몇 명이 따르느냐는 그 의사의 '권력'을 상징했다.
하지만 S대학병원은 회진을 돌 때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이 환자들에게 위압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해서 얼마 전부터 회진 인원을 대폭 줄이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 병원은 그동안 과장을 중심으로 전공의, 인턴, 간호사까지 최대 15명까지 몰려다니며 회진을 돌았지만 인원을 4~5명으로 최소화 했다.
"변화라면 수용" "생명 다루기 때문에 수직관계 필요"
이런 독특한 병원 문화에 대해 교수들마다 생각은 엇갈렸다.
K대학병원 교수는 "조폭문화는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교수들도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S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과거에는 교수가 해외학회를 다녀오면 전공의들이 공항까지 마중을 나갈 정도로 수직관계가 심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교수들도 그런 걸 바라지도 않는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교수도 "교육 자체를 군대식, 일본식으로 받아서 상명하복이 당연한 것인줄로만 알았다. 폭력, 폭언, 부당한 일을 시키는 것, 잡일 이런 게 제일 힘들었다. 부당한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엄격한 수직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H대학병원 교수는 "의과대학이나 수련병원의 가르침은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생들도 엄중한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대학병원 교수도 "교수와 학생, 교수와 전공의는 사제관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직관계"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