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값 뛰는데 비용은 덤핑…공멸로 가는 피부미용

발행날짜: 2012-07-05 06:40:25
  • 창간기획환자 입맛 따라 출혈도 감수, 개원가 경영 빨간불

"저, 주름제거 레이저 시술 받고 싶은데요, 어떤 레이저 장비가 있나요?"

피부과를 내원하는 환자들이 초기 상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명한 네트워크 피부과를 선호했지만, 이제 환자들은 브랜드보다는 의료장비와 가격을 보고 병원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특히 피부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시술인 경우 더욱 뚜렷하다.

바로 여기에서 피부과의 침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피부과 간판을 내건 일반과 개원의는 "환자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네트워크를 신뢰하기 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의료장비를 스스로 결정하고,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을 선택한다"고 귀띔했다.

결과적으로 고가의 의료장비를 많이 구비하고 저렴한 가격에 시술해주는 피부과에 환자가 몰리게 되는 것이다.

역으로 환자들은 해당 의료진의 전문과목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는 의미이다.

피부과 개원시장이 빠른 속도로 침체된 이유는 간판 수 증가 이외에도 경제적인 부담도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한 달이 멀다하고 새로 출시되는 고가 의료장비를 구비하는 비용적인 부담감과 함께 경쟁 의료기관과 출혈경쟁을 견뎌야하는 현실이다.

여기에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어느 정도 공간과 자본을 갖춘 피부과는 투자차원에서 고가의료장비가 출시되는 즉시 구매해 신규 환자를 받는다.

피부 레이저장비 한 대 가격은 보통 1억원~3억원대. 게다가 여드름, 기미, 주름 등 각 질환별로 의료장비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장비를 갖추려면 심한 경우 12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자본이 없는 영세한 피부과는 경쟁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생존하기 힘들어 지는 구조인 셈이다.

고가의 의료장비를 갖춘 이후에도 경쟁은 계속된다.

인근 의료기관과 가격을 낮추기 시작하면 높은 가격을 고집할 수 없다.

모 피부과 원장은 "값싼 카피 장비를 가지고 덤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병·의원과 경쟁을 하려다 보니 병원 경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환자들은 해당 장비가 카피인지 확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신촌-이대역 인근 피부과 개원 실태를 확인결과, 피부과 간판을 내건 A의원은 기미제거 레이저시술 5회에 45만원 패키지 상품을 내놓은 반면, 피부과 전문의가 개원한 B 의원의 시술비용은 1회에 20만~30만원을 호가했다.

이들 의원의 의료장비는 달랐지만, 기미 제거 레이저 시술이라는 점은 동일했다.

피부과 원장은 "고가장비를 내세운 진료를 고수하려는 피부과 전문의는 가격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면서 "환자가 웬만큼 있지 않고서는 광고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경영을 유지하기 힘들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원장은 "값비싼 의료장비를 구입한 네트워크병의원은 기존 수가를 유지하려고 하는 반면 일부에서 동일한 시술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시술비를 반값으로 인하하면서 타격이 크다"고 했다.

이에 대해 피부과의사회 관계자는 "개원시장에 시술비 덤핑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면서 "특히 무조건 값싼 시술을 선호하는 환자들의 입맛에 맞추다보니 피부과는 점점 더 추락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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