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의사 구제 앞장 선 원장, 본인은 더 수렁

안창욱
발행날짜: 2012-08-25 06:30:48
  • 3개월 면허정지 취소소송 1심 이겼지만 항소심에서는 패소

사무장병원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앞장 서 온 오모 원장이지만 정작 자신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부장판사 조인호)는 최근 복지부가 사무장병원 원장으로 근무한 바 있는 오모 원장에 대해 3개월 면허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가 면허정지처분 취소 판결을 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오 원장은 2심 판결 당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 원장은 24일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오 원장 사건은 2006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 원장은 당시 (주)M사 홍모 대표이사와 요양병원을 공동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대표원장 취임 약정을 체결했다.

얼마 후 오 원장은 정모 원장으로부터 병원 운영에 관한 일체의 권리와 의무를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오 원장은 다음해 11월 의협에 사무장병원 취업 사실을 자진 신고하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로 인해 의료법위반죄 등으로 기소돼 2011년 3월 대법원으로부터 300만원 유죄 판결을 받아야 했다.

여기에다 복지부는 지난해 5월 오 원장이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돼 진료행위를 했다며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오 원장은 "대표원장 취임 약정을 체결할 당시 M사를 의료법인으로 알고 있었고, 뒤늦게 사무장병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환자들을 방치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계속 근무를 한 것"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원고가 설령 취업약정을 체결할 당시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가 대표원장 직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후임 원장의 부재, 입원환자들의 사상 때문에 바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원고가 병원을 그만둔 후 의협 불법의료대책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의사들에게 사무장병원의 폐해를 알리는 홍보활동을 해 왔고, 의료법 위반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자진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을 감면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환기시켰다.

오 원장은 사무장병원에 근무했다 하더라도 자진신고한 경우 행정처분을 경감하기 위해 의료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해 왔고, 결국 그의 뜻대로 최근 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종합할 때 오 원장에 대한 행정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했다"면서 행정처분 취소 판결을 선고했다.

반면 서울고법은 1심 판결을 취소했다.

2심 재판부는 "M사가 주식회사로 명시하고 있어 의료법인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면서 "원고는 이 사건 병원에서 진료행위를 할 당시 M사가 의료법인이 아니어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게 옳다"고 못 박았다.

오 원장은 "변론 과정에서 재판부가 조정을 권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조정을 거쳐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이 1개월로 줄어든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기 때문에 패소를 각오했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들도 피해자"라면서 "대법원에서 행정처분 취소라는 새로운 판례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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