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적정 의사수 논란 "의대 신설은 정치노름"

발행날짜: 2012-09-07 06:59:24
  • Back to the 의료계⑧의대 정원·균형발전 아전인수

<메디칼타임즈>는 의료계의 과거의 다양한 모습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Back to the 의료계'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앞으로 몇년만 지나면 의사 인력이 부족할 것이다." "아니다. 이미 충분히 공급 과잉이다."

적정 의사 인력을 둘러싼 논란이 수십년째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에 맞춰 의대 신설을 노리는 대학과 이를 막으려는 의료계의 다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의대 신설은 늘 딜레마다. 각종 지표는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신설을 요구하는 대학은 많다. 하지만 의료계의 주장도 무시할 수는 없다.

14개 의대가 31개로…1980년 의대 신설 바람

서울의대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예과
이러한 논란이 시작된 것은 의대 신설이 본격화된 1970년대 부터다.

해방 직후 북한을 제외한 대한민국에는 서울의대, 연세의대, 고려의대, 이화의대, 경북의대, 전남의대(현 대학명칭 기준) 등 6개 의과대학이 전부였다.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1953년 부산의대가, 1954년 가톨릭의대가 새롭게 신설됐고 60년대까지 이 8개 의과대학이 의사 인력을 배출했다.

이후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의과대학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경희의대가 1965년 의대 신설 허가를 받았고 조선의대(1966년), 충남의대(1968년), 한양의대(1968년), 전북의대(1970년), 중앙의대(1971년)가 생겨난다.

이후 잠시 신설이 주춤하는 듯 했으나 연세 원주의대(1977년)을 시작으로 순천향의대(1978년), 계명의대(1978년), 영남의대(1978년), 인제의대(1978년)가 의대를 짓기 시작한다.

1980년에 들어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국립대학인 경상의대(1981)를 필두로 고신의대, 원광의대, 한림의대, 동아의대, 인사의대, 건국의대, 동국의대, 충북의대, 단국의대, 아주의대, 울산의대가 차례로 의대 설립 허가를 받았다.

1970년을 기준으로 14개에 불과했던 의과대학이 1980년대가 시작되면서 31개로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 시절에는 이러한 정부 방침에 의료계가 큰 목소리를 내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강력한 통치권을 기반으로 하는 군부 정권이었기 때문이다.

90년대 41개 의대 체제로…부실의대 양산 논란

이후 현재와 같은 41개 의대 체제가 만들어진 것은 문민정부 시대다.

문민정부 시절 의대 증설을 둘러싼 논란을 보도한 한겨례신문. 1992년 3월 4일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지역균형 발전의 명목으로 강원의대 신설을 허가했고 대구가톨릭의대와 건양의대, 관동의대, 서남의대가 이러한 명분 아래 의대를 추가했다.

이어 1997년 가천의대, 강원의대, 성균관의대, 을지의대, 포천중문의대, 제주의대가 마지막으로 의대 신설 대열에 합류하면서 지금과 같은 41개 의대 체제가 완성된다.

하지만 이렇게 급작스레 만들어진 의대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아간 것은 아니다. 일부 의대는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급성장을 이뤘지만 일부 대학은 부실교육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울산의대와 성균관의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울산의대와 성균관의대는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100년 역사를 가진 서울의대, 연세의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문 의대의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라는 우수한 교육병원 덕택에 SCI 논문 등 학문적 성과도 상당하다.

하지만 관동의대와 서남의대는 정반대의 평가를 받고 있다.

관동의대는 의대 설립 부대기준인 부속병원을 10년이 넘도록 짓지 못해 올해부터 정원이 10%씩 감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남의대는 의대부속병원인 남광병원의 부실한 인프라가 도마위에 오르며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당했고 각종 허위 공시로 서남대 자체가 부실대학으로 지정돼 정부 지원이 모두 끊겼다.

특히 의대인정평가가 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이를 거부하면서 의학계의 비판을 받아 왔다.

"의대 증설 능사 아니다" "우리만 차별 받는다"

이러한 의대들의 행태는 의료계가 의대 신설을 반대하는 절대적인 근거가 되고 있다.

목포대는 지난 20년간 의대 신설을 요구하며 의료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이미 부실의대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의사 양성 기관을 늘리는 것은 부실 교육만 낳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의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목포대, 인천대, 한국국제대학 등은 지역 균등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목포대는 전국에 의대가 없는 곳이 전남 뿐이라며 이는 명백한 지역 차별이라고 강조한다. 문민정부 당시 강원대, 관동대 등이 의대 신설을 요구한 것과 같은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학자들은 OECD 자료를 근거로 의대 정원을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최근 '의사인력 부족,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서울간호대 김진현 교수는 2020년이면 의사인력이 3만 2천여명 부족하다는 점에서 의대 정원을 1천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단순히 공공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이재호 의무이사는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의사수 증가율은 40%대로 인구증가율인 7.5%에 비해 우려 5배나 높다"면서 "2020년에는 의사 인력 공급과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수십년동안 지속된 논란이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A대학 의무부총장은 "의대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는 한 결국 의대 신설은 정치논리가 좌우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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