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초월 대ㆍ중소기업 '상생' 모범사례"

정희석
발행날짜: 2012-11-05 16:07:54
  • 코메드메디칼, 도시바와 C-arm OEM 공급계약 체결

얼마 전까지 국내 X-ray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가 뜨거운 이슈였다.

정부가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상생'(相生)을 외치고 있지만 대기업의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소기업의 숙련된 인력 유출은 이를 공허한 메아리로 만들었다.

특히 대기업들이 새로운 新성장사업으로 의료기기산업에 속속 진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의 길은 멀고 험난해 보인다.

국내 디지털 X-ray 대표기업 '코메드메디칼'은 최근 다국적의료기기업체 '도시바메디칼시스템즈'(이하 도시바)로부터 C-arm 장비에 대한 OEM 공급 계약 체결과 함께 자본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다국적기업이 국내 의료기기업체와 디지털 X-ray 장비에 대한 OEM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양사가 동등한 관계에서의 파트너십을 통해 상생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의료기기업체와 국내 중소의료기기업체 간 국경을 초월한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상생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이번 OEM 공급 계약의 과정과 그 의미를 코메드메디칼 이자성 대표이사로부터 들어보았다.

Q: 도시바와 코메드 C-arm에 대한 OEM 공급 계약을 체결해 업계에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도시바와의 OEM 공급 계약 체결 과정은.
-도시바 관계자들이 지난해 3월 국제의료기기ㆍ병원설비전시회(KIMES) 부스에 전시된 코메드 C-arm 장비를 보게 되면서 OEM 공급 계약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당시 도시바에서는 C-arm 라인업을 보강하기 위해 파트너를 물색 중이었는데 마침 코메드가 보유한 우수한 디자인의 제품 기술력까지 갖춘 C-arm 장비들이 도시바가 대안으로 모색하고 필요로 했던 부분과 맞아떨어졌다.

이때부터 코메드 C-arm에 대한 OEM 공급 계약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이어 올해 초부터 상반기까지는 도시바로부터 코메드 C-arm 장비에 대한 품질관리체계ㆍ제품 평가 등 철저하고 까다로운 인스펙션(Inspection) 과정을 거쳤다.

이 같은 OEM 공급 계약 체결을 위한 정상적인 코스를 다 마치고, 하반기에 최종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Q: 도시바와의 OEM 공급 계약 체결이 갖는 의미는.
-코메드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코메드 제품이 이미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더 나아가 다국적기업 제품과 비교해서도 동등한 기술력과 제품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뿐만 아니라 도시바의 전 세계적인 세일즈 네트워크를 통해 더 많은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점도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도시바 입장에서 특히 C-arm은 그동안 의료기기 사업부분에서 꼭 필요로 했던 제품이었던 만큼 추후 전 세계시장을 무대로 공격적인 영업마케팅을 펼쳐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궁극적으로 도시바와 같은 거대 다국적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코메드의 글로벌 경쟁력과 제품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Q: 도시바와 OEM 공급 계약만 체결한 것이 아니라 코메드 자본금의 10%에 해당하는 투자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코메드와 도시바 양사가 오픈하지 않기로 합의한 내용이라 구체적인 투자 금액을 밝힐 수는 없다. 수십억 규모 정도로 보면 되겠다. 계약기간은 5년이다.

단순히 OEM 제품 공급에 그치지 않고 투자가 함께 병행된 계약이라 계약기간이나 투자금의 의미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도시바의 코메드 투자는 캐피탈 개념의 일반적인 자본투자가 아니라 양사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한 '상생'의 안정적인 툴(tool)로서 이뤄진 것이다.

다국적기업이 국내 의료기기업체와 OEM 공급 계약을 체결한 적은 있지만 자본투자까지 이뤄진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다국적기업이 국내 의료기기업체의 지분 인수를 통해 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가져간 경우는 있지만 이번 도시바와 코메드 사례처럼 다국적기업과 국내 의료기기업체가 동등한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관계를 구축한 건 최초라고 본다.

최근 한국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코메드와 도시바와 협력관계 구축은 국경을 넘어선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상생을 실천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Q: 도시바와의 협력관계를 어디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인가.
-일단 도시바와 코메드의 OEM 공급 제품 라인업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C-arm에 이어 DR(Digital Radiography)도 현재 도시바와 OEM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다.

도시바 역시 DR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고가의 프리미엄급 장비라 시장에서의 세일즈 전략에 어려움과 한계성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다양한 DR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코메드 장비에 대한 OEM 공급을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 R&D도 해 나갈 계획인데, 특히 '제품 생산' 쪽에서 많은 기술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산 의료기기가 세계시장에서 명품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생산기술과 품질관리 부족으로 인해 제품 끝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본기업인 도시바가 강점을 갖고 있는 생산기술과 품질관리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Q: 일각에서는 이번 도시바와의 OEM 공급 체결을 통해 국산 의료기기의 우수성이 입증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산 디지털 X-ray 장비에 대한 중대형병원들과 의사들의 신뢰도는 여전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우선은 국산 의료기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업체들의 다각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편견'은 없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병원 의사가 국산 C-arm을 병원에 적극 추천하면 혹시 해당 의사와 업체가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것처럼 동료의사들이 이상한 시각으로 보는 면이 있다.

국산 의료기기의 장점은 다국적기업 제품의 90%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이나 A/S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대학병원 고객들은 국산 제품이 AS가 안 좋다는 불만을 여전히 갖고 있는데, 이는 몇몇 제품에 국한된 것이라고 본다.

즉, 일부 의료기기업체들이 완성도가 떨어지는 신제품을 홍보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병원에 설치해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신속한 AS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사례는 극히 일부분인데, 마치 이를 국산 제품 전체 문제인 것처럼 생각하는 오류와 편견이 있다고 생각한다.

코메드 C-arm처럼 해외시장에 수출되고 있는 완성도 높은 국산 제품이 정작 국내시장에서 A/S가 잘 안 될 이유는 특별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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