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진료 많이 하면 공공의료 잘하는 병원인가"

발행날짜: 2012-12-07 06:40:47
  • 이진석 교수 "80년대 개념 바꿀 때…다양한 지표 적용 필요"

현실에 맞게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의료관리학)는 6일 공공의료사업 미래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현재의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개념은 지난 89년도 전국민 건강보험 이전에 적용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석 교수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개념이 80년대에 머물러 있다보니 의료기관의 공공의료 역할에 갈등이 발생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의료의 공공성을 위한 공공병원의 역할'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단순히 의료급여환자 비율에 따라 해당 의료기관의 공공성을 판단하는 것은 의료비 부담으로 병원 접근성이 매우 낮았던 전국민 건강보험제도 이전의 평가지표"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대부분의 환자가 건보 적용을 받고 있으며 취약계층의 경우 의료급여로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지표가 적절한지 고민해 볼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세계보건기구는 병원의 공공성을 환자진료, 교육 및 훈련, 연구, 지역보건의료체계 지원 등 4가지 분야로 구분하고 있다"면서 "병원은 지역사회 주민의 예방, 치료 및 재활을 포함하는 포괄적 의료를 담당하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즉, 병원이 공공의료 역할을 평가할 때 의료급여 환자의 비율 이외의 다양한 지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 교수는 병원의 '사회적 책임'을 예로 들며 새로운 평가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봉사활동 보다는 기업 본연의 역할 수행이 사회적 공익에 부응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기보다는 정승처럼 버는 기업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의료봉사 등 사회환원 사업에 적극적이고 의료급여환자 비중이 높은 의료기관은 공공병원으로서 높은 점수를 받고, 적정진료를 준수하지만 주민 무료진료 등 사업은 부진한 병원은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은 과거의 평가 잣대라는 것이다.

그는 공공보건의료의 대상을 취약계층에서 모든 국민으로 확대하고, 양질의 적정진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또 공공병원 및 공공보건기관만 참여하는 공공의료가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제도적 환경부터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공공의료 체계가 잘 잡혀있는 외국은 제도적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면서 "단계별 의료기관 기능이 정립돼 있어 의료시장이 안정적이고 병상 총량 관리가 잘 되니 과열경쟁도 없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은 의료기관 기능이 정립돼 있지 않아 의료시장이 불안하고 병상 총량 관리가 되지 않아 경쟁이 치열할 뿐더러 비급여 비중이 높아 과잉진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현재 건강보험 수가 구조는 과잉진료를 덜하고 비급여 진료 비중이 낮은 공공병원은 적자구조가 불가피하다"면서 "공공의료를 강화하려면 제도적 환경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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