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건강한 적자 지원하되, 경영 쇄신 "개혁할 부분 많다"
'공공병원은 무조건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경쟁력이 없는 지방의료원은 문을 닫는 게 맞다' 이들 주장 중 어떤 게 맞는 것일까.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저수가 체계에서 정부의 지원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경쟁력이 없는 지방의료원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공공의료가 경영 효율화와 무관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며 공공병원일수록 철저하게 효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진석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요즘 공공병원을 두고 두가지 시각이 있다.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원해야한다는 주장과 공공병원이라도 민간병원 못지 않는 자생력을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맞다고 생각하나.
A: 사실 둘다 맞다. 일단 공공병원은 구조적으로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의료원 진료비는 동일 규모의 민간병원의 80% 수준이다. 또한 비급여 진료비는 50%에 불과하다. 민간병원은 저수가 환경을 비급여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공공병원은 적자가 당연하다. 이를 '건강한 적자'라고 한다. 소신진료를 함에 따라 발생한 적자는 정부에서도 인정해야 하고, 지원해줘야 한다.
Q: 그럼, 지방의료원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A: 건강한 적자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해당 의료원이 경영효율화가 돼 있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지방의료원은 주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게 아닌가. 그런 만큼 더욱 철저하게 경영효율화해서 가능한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맞다.
Q: 그럼 지방의료원의 내부혁신에는 어떤 것인 있겠나.
A: '건강한 적자'는 인정하지만, 임상진료의 질을 높이는 노력은 기본 중 기본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이 동일 규모의 민간병원보다 항생제 처방률이 높았다. 이는 지방의료원이 임상의료 질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방의료원 스스로 바꾸고 개혁해야할 부분이 많다.
Q: 임상의료 질 강화 이외 지방의료원이 바꿔야할 부분이라면 어떤 게 있나.
A: 의료원 직원들 스스로 변화해야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노조도 반성이 필요하다. 단순히 자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노조의 모습으로는 변화를 이끌 수 없다. 개인의 생존권만 챙기는 게 아니라 공공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으로서 공공병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특히 진주의료원은 이를 내부혁신의 뼈아픈 계기로 삼아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Q: 공공병원의 역할을 찾는다는 게 다소 막연하게 느껴진다. 어떤 게 공공병원인가.
A: 글쎄 적어도 지역 주민이 주인이 되는 공공병원이 돼야 한다. 진주의료원을 봐라. 의료원 문을 닫겠다고 해도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 일부만 반대할 뿐 지역 주민들은 관심도 없다. 일부는 오히려 이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기관이 들어설 것을 기대한다고 하더라.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진주의료원이 그만큼 존재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상당수 지방의료원이 지역사회에서 지지를 받거나 인정을 받는 분위기는 아니다. '저소득층 환자가 가는 낙후된 의료기관'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지역에 일부 오피니언 리더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병원이 돼야 한다. 만약 진주의료원이 지역 주민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병원이었다면 경남도는 폐업 조치할 엄두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의료원 입장에선 가장 든든한 지지집단인데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Q: 그렇다면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 대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의료원 구성원들이 고강도 내부 개혁을 전제로 경남도의 폐업 철회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경남도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어서 협상 가능성을 예측할 순 없지만 명분을 줘야하기 때문에 기존에 주장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내부 개혁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Q: 이번 논란이 제기되면서 지자체가 의료원 운영을 맡을 게 아니라 중앙 정부가 맡아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다른 대안이 있겠나.
A: 맞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지방의료원을 관리, 감독할 만한 역량을 갖췄느냐에 대해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외에도 다른 대안으로는 권역별로 국립대병원이 지방의료원을 맡는 방식이 있다. 이 방안은 일단 지방의료원의 의료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고, 의료진 수급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의료진 등 직원들의 자긍심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교육 및 훈련도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다만 문제는 국립대병원이 적자가 불보듯 뻔한 지방의료원을 맡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방의료원에 할당된 예산을 국립대병원에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적자가 그 이상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자칫하면 국립대병원에서 번 돈을 의료원에 쏟아붓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인센티브는 금전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산 지원 이외에도 국립대병원에 제도적, 법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저수가 체계에서 정부의 지원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경쟁력이 없는 지방의료원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공공의료가 경영 효율화와 무관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며 공공병원일수록 철저하게 효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진석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요즘 공공병원을 두고 두가지 시각이 있다.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원해야한다는 주장과 공공병원이라도 민간병원 못지 않는 자생력을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맞다고 생각하나.
A: 사실 둘다 맞다. 일단 공공병원은 구조적으로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의료원 진료비는 동일 규모의 민간병원의 80% 수준이다. 또한 비급여 진료비는 50%에 불과하다. 민간병원은 저수가 환경을 비급여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공공병원은 적자가 당연하다. 이를 '건강한 적자'라고 한다. 소신진료를 함에 따라 발생한 적자는 정부에서도 인정해야 하고, 지원해줘야 한다.
Q: 그럼, 지방의료원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A: 건강한 적자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해당 의료원이 경영효율화가 돼 있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지방의료원은 주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게 아닌가. 그런 만큼 더욱 철저하게 경영효율화해서 가능한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맞다.
Q: 그럼 지방의료원의 내부혁신에는 어떤 것인 있겠나.
A: '건강한 적자'는 인정하지만, 임상진료의 질을 높이는 노력은 기본 중 기본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이 동일 규모의 민간병원보다 항생제 처방률이 높았다. 이는 지방의료원이 임상의료 질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방의료원 스스로 바꾸고 개혁해야할 부분이 많다.
Q: 임상의료 질 강화 이외 지방의료원이 바꿔야할 부분이라면 어떤 게 있나.
A: 의료원 직원들 스스로 변화해야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노조도 반성이 필요하다. 단순히 자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노조의 모습으로는 변화를 이끌 수 없다. 개인의 생존권만 챙기는 게 아니라 공공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으로서 공공병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특히 진주의료원은 이를 내부혁신의 뼈아픈 계기로 삼아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Q: 공공병원의 역할을 찾는다는 게 다소 막연하게 느껴진다. 어떤 게 공공병원인가.
A: 글쎄 적어도 지역 주민이 주인이 되는 공공병원이 돼야 한다. 진주의료원을 봐라. 의료원 문을 닫겠다고 해도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 일부만 반대할 뿐 지역 주민들은 관심도 없다. 일부는 오히려 이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기관이 들어설 것을 기대한다고 하더라.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진주의료원이 그만큼 존재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상당수 지방의료원이 지역사회에서 지지를 받거나 인정을 받는 분위기는 아니다. '저소득층 환자가 가는 낙후된 의료기관'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지역에 일부 오피니언 리더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병원이 돼야 한다. 만약 진주의료원이 지역 주민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병원이었다면 경남도는 폐업 조치할 엄두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의료원 입장에선 가장 든든한 지지집단인데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Q: 그렇다면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 대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의료원 구성원들이 고강도 내부 개혁을 전제로 경남도의 폐업 철회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경남도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어서 협상 가능성을 예측할 순 없지만 명분을 줘야하기 때문에 기존에 주장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내부 개혁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Q: 이번 논란이 제기되면서 지자체가 의료원 운영을 맡을 게 아니라 중앙 정부가 맡아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다른 대안이 있겠나.
A: 맞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지방의료원을 관리, 감독할 만한 역량을 갖췄느냐에 대해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외에도 다른 대안으로는 권역별로 국립대병원이 지방의료원을 맡는 방식이 있다. 이 방안은 일단 지방의료원의 의료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고, 의료진 수급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의료진 등 직원들의 자긍심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교육 및 훈련도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다만 문제는 국립대병원이 적자가 불보듯 뻔한 지방의료원을 맡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방의료원에 할당된 예산을 국립대병원에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적자가 그 이상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자칫하면 국립대병원에서 번 돈을 의료원에 쏟아붓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인센티브는 금전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산 지원 이외에도 국립대병원에 제도적, 법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수익창출 내몰리는 지방의료원" |
수원의료원 7년, 삼척의료원 6년 총 13년간 의료원장직을 지낸 박찬병 전 의료원장(55)은 지방의료원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공공병원의 경쟁력과 혁신을 말하기 전에 공공병원의 역할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한다고 했다. 공공병원은 설립 취지가 민간병원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역할을 강요받고 있으며 최근 지방의료원 평가기준이 이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요즘 지방의료원의 미션은 '적자를 줄여라'다. 의료 질을 높이고 환자 수를 늘리는 것은 상관없다. 삼척의료원에 있을 때 예산지원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분기별로 경영 성과를 평가했다. 만만치 않았다." 박 전 의료원장은 지방의료원의 평가방식부터 바꿔야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발생한 김천의료원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지방의료원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김천의료원이 알고 보니 분식회계, 서류조작 등으로 평가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것. 그는 김천의료원이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수익에 따른 줄세우기식 평가기준이 만든 폐해라고 했다. "솔직히 정도의 차이지 다른 지방의료원도 일부 서류조작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공병원은 공공의료사업에 대한 평가를 해야지 왜 수익에 대해 평가하나. 지방의료원에 흑자를 요구하는 것은 문을 닫으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