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쟁탈전하는 요양병원-요양시설"

정희석
발행날짜: 2013-07-01 06:15:10
  • 서영준 교수 "기능, 역할 중복…효율적 연계 부재" 지적

한국보다 8년 앞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인 '개호보험'을 도입한 일본이 시행 중인 '보건의료복지복합체'를 한국에서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실증적으로 검증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서영준 교수는 지난달 28일 부산 BEXCO에서 열린 '2013 국제노인의료심포지엄'에서 한ㆍ일 노인의료 전달체계를 비교하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서 교수는 이 자리에서 현재 노인요양병원과 장기요양시설의 기능과 역할이 중복되고, 요양과 의료서비스 역시 효율적으로 연계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꼬집었다.

먼저 서 교수는 "노인요양병원과 장기요양시설 기능이 중복돼 환자의 명확한 구분이 없어 시설에 있을 사람이 요양병원에 있거나 요양병원에 가야 할 사람이 시설로 간다"고 지적했다.

또 "이로 인해 요양병원과 시설 기능이 점점 불명확해지고, 두 기관간 환자 쟁탈전이 벌어지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환자의 특성에 맞게 요양시설을 기능별로 특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인환자들은 기능장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질병을 갖고 있지만 현재 요양시설에는 치매, 재활, 일반 환자가 모두 섞여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서다.

서 교수는 또한 현재 요양병원과 시설 모두 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질 지표 개발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양병원의 경우 제도적으로 인증을 받게 돼 있지만 시설은 그렇지 않다"며 "시설도 국가 차원의 인증 제도를 도입해 질 평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질 평가가 현실적으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구조적인 것에 맞춰져있다"면서 "앞으로는 서비스의 전달 과정, 환자들의 건강회복 및 기능유지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질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요양시설이 제공하는 서비스 질에 따른 보상체계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서 교수는 "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된 2008년 이후 요양시설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현재 4000개에 달하지만 질 관리가 되지 않아 불량한 시설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는 요양시설이 제공하는 서비스 질에 대한 평가 없이 획일적인 장기요양서비스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질 평가에 따른 보상체계를 차등화해야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서 교수는 의료와 장기요양 및 재가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보건의료복지복합체'에 대해서는 신중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보건의료복지복합체는 일본에서 민간 병의원이 설립 모체가 돼 한 기관에서 요양서비스와 만성 및 급성기 환자를 위한 의료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조직.

서 교수는 "보건의료복지복합체는 의료서비스와 장기요양서비스를 각각의 기관들이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것과 비교할 때 재정 절감이나 경영 효율성, 환자들의 이용 균일성에 있어 아직까지 효율성에 우위가 있다고 입증된 바가 없다"고 환기시켰다.

따라서 "보건의료복지복합체에 대한 실증적인 자료를 좀 더 확보하고 그 효과성이 입증됐을 때 수를 늘리고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도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서영준 교수는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사이의 재정누수를 억제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재정을 통합해 노인들의 질병 예방과 치료, 재활, 호스피스 전체를 아우르는 재원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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